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 AI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는 오픈AI와 구글 등 해외 빅테크 수장들은 정부 규제와 개입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 / CBC뉴스
샘 알트만 오픈AI CEO. / CBC뉴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AI 발전에 따른 부작용과 세계 각국의 AI 규제 필요성이 늘어나자 이에 공감했다. 다만 이들은 기술개발 혁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가 추진돼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챗GPT 아버지로 통하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샘 알트만은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모델의 위험을 완화하는데 정부의 개입이 중요하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샘 알트만은 "AI가 민주적 가치를 염두해두고 개발돼야 한다"면서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 AI가 정보를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 있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모델은 점차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AI를 활용해 거짓정보를 흘리거나 조작된 이미지 등과 같은 딥페이크 기술이 성행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딩. / 픽사베이
마이크로소프트 빌딩. / 픽사베이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시스템에 일종의 안전 브레이크 같은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법무책임자 겸 부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연방정부 차원서 AI 개발을 감시할 기구를 설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라며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 하에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도 AI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CEO협의회에서 "AI가 실존적 위험을 가하고 있다"면서 "실존적 위험이란 아주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머잖아 운영체제 등 핵심 시스템 내 이뤄지는 해킹인 ‘제로데이 공격’이나 생명 관련 과학에 이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는 악한 이들이 이를 오용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군사적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정부의 규제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CEO 카운슬 서밋’에 화상으로 참석해 "초 지능은 양날의 칼 같은 요소가 있다"며 "정부가 AI를 처음 사용할 분야가 무기일 거라고 보는데, AI는 전장에서 어떤 인간보다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는 무장이 가능하다"면서 AI가 군사부문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보였다.

다만 이들 CEO는 AI 개발해 경쟁력을 키워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만큼 AI 개발업체의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샘 알트만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럽이 추진하는 AI 규제안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EU의 AI 규정을 준수할 수 없다면 유럽을 떠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철수를 고려하기 전에 우리는 유럽의 규정이 정해지면 준수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AI의 위험성을 분류한 뒤 위험 정도에 따라 출시를 금지하는 등 내용의 ‘인공지능에 관한 통일규범(인공지능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IT기업이 보유한 각종 정보(데이터)를 사용자와 정부에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데이터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은 AI로 만든 정치 광고영상과 사진에 출처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내에선 지난 22일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작한 콘텐츠는 표시를 의무화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