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메타버스를 향한 주목도가 감소한다. KT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메타버스 산업에 ‘초거대 AI’를 입혀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초거대 AI를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 메타버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결합이다. 초거대 AI가 실제 현실에 바로 적용됐을 때 윤리적인 문제, 폭력성 등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현실세계 대신 가상현실인 메타버스에서 연습, 진화한 뒤 개선시켜서 현실 서비스에 적용한다면 기존 초거대 AI 문제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KT의 생각이다.

원종서 KT 융합기술원 AI 메타버스 CX기획팀장이 ‘지니버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원종서 KT 융합기술원 AI 메타버스 CX기획팀장이 ‘지니버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특히 100% 디지털이라는 메타버스 특성상 초거대 AI가 적용된 행위들은 모두 기록된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를 향후 초거대 AI 학습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KT는 이 같은 메타버스와 초거대 AI와의 융합으로 인한 시너지가 시장에서 크게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T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들어간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가 하반기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하반기, 지니버스 내 초거대 AI ‘믿음’ 기반 캐릭터가 답변…동물 활용도 고민

3월부터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베타(시범 서비스)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지니버스는 하반기 초거대 AI ‘믿음(Mi:dm)’ 기반의 AI NPC(Non Player Character, 이용자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믿음으로 만들어진 AI NPC는 텍스트와 TTS, 감정, 모션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일상 대화는 물론 서비스에 따라 전문적인 상담도 가능하다.

상담 주제별로 맞춤형 응대가 가능한 ‘AI 에이전트’와 전문 지식과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대화를 생성하는 ‘AI 전문가’, 이용자의 고민에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는 ‘AI 친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KT는 이를 기반으로 지니버스에서 KT가 운영 중인 다양한 서비스에 관한 문의와
응대를 수행하는 AI 콘택트 센터(AICC)와 전문적인 육아상담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답변의 신뢰성은 초거대 AI 기반 NPC의 한계로 거론된다. 이용자 질문에 잘못된 정보를 답변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KT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NPC로 동물을 활용하는 ‘지니펫’도 고민하고 있다.

원종서 KT 융합기술원 AI 메타버스 CX기획팀장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는 지니펫이라고 동물을 활용하는 것도 있다"며 "동물은 실수도 할 수 있고 모르는 답은 의성어로 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특성을 이용해 초거대 AI의 한계를 넘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10대초반 등 어린 사용자들의 경우 부모님에게도 하지 못 하는 말을 동물에는 하는 경우가 많아 지니펫 활용 시 사용자의 심리적 유대감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또 지니버스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를 만든 기술은 디지털트윈 기술이라고 전했다.

집·카페·강의실도 그대로 구현…메타버스, 초거대 AI 연습공간으로 ‘안성맞춤’

대표적으로 ‘AI 홈트윈’은 AI 모델링 기술로 디지털트윈을 구현하는 기능이다. 도면의 입력부터, 분석, 모델링을 한 번에 수행해 디지털트윈 공간을 쉽고 직관적으로 만든다.


지니버스 ‘AI 홈트윈’ 기능/ KT
지니버스 ‘AI 홈트윈’ 기능/ KT
예컨대 이용자가 실제 거주하는 아파트 주소를 입력하면 지니버스에 현실 공간의 도면을
바탕으로 한 ‘지니홈’이 생성된다. 이를 1000개쯤의 아이템을 활용해 나의 개성에
맞는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홈 공간 외에도 드라마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와 촬영 현장을 메타버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KT는 디지털트윈으로 지니버스에 실제 상점을 구현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니버스에 생성된 가상 상점과 실제 상점을 연계한 후 AI NPC를 통해 문의하거나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KT 융합기술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니버스에 우면동 인근의 카페를 구현, 메타버스 공간에서 주문하고 음료를 실제 매장에서 받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이주철 KT 융합기술원 AI 메타서비스 개발팀장은 "융합기술원 후문에 카페가 하나 있는데 지니버스에 디지털트윈을 시켜놨다"며 "메타버스 내에서 샐러드 주문예약을 이틀 전에 하면 카페에 가서 받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융합기술원 입장에서는 가상공간에서 바로 주문할수있는 장점이 있고, 소상공인은 주문제작이다보니 재고가 안 남아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라며 "향후 소상공인을 추가적으로 입점 시킬수있다면 상업지구라는 콘셉트로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는 비즈니스적인 요소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추후 홈 공간 외에도 강의실, 홍보관 등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확대해 이용자에게 지니버스에서의 다양한 공간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원종서 팀장은 "이용자가 지니버스에서 콘텐츠 생산과 확대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와 디지털트윈 기술 등 관련 기술을 계속해서 고도화할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 플랫폼 및 콘텐츠 업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지니버스는 아직은 모바일 환경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기와의 연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원종서 팀장은 "애플이 조만간 신규기종(혼합현실(MR) 헤드셋)을 출시할 예정인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니버스를 이용해보면 녹색계열과 푸른 색감이 많다. 고객조사를 해보면 지니버스에 처음 들어왔을때 힐링이 된다는 응답이 많다"며 "모바일 환경이 아니라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로 가게되면 좀더 서비스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고민하고 있지만 기술 연동과 하드웨어 구매 등 별도 이슈가 있어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