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AI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지나친 규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어 사후 규제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센터장이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하정우 네이버 AI랩 센터장이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생태계 활성화 위해 사전 규제 줄이고 예산 확대 필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주권’ 토론회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초거대 AI 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이 같이 밝혔다.

하정우 네이버 AI 랩 센터장은 "현재 구글 바드가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하겠다고 공격적 선언을 한 상황이다"라며 "한국 기업이 AI 경쟁력을 갖으려면 세제, 정부 공동투자, 데이터, 규제제도 등 부문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훈 카카오 AI 정책지원 이사는 "민간의 AI 경쟁력을 확보려면 컴퓨팅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슈퍼 컴퓨터나 유휴 리소스 활용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개발(R&D)부문에서 정부가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꾸준히 책정해 기업의 기술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AI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AI 반도체, 분야별 특화모델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석함 SK텔레콤 정책협력 담당 부사장은 "범용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분야별 특화모델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도메인별 전문 상담, 교육, 업무 활용 등에 적합한 특화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응용 데이터셋,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과감한 예산 지원 및 빠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부사장은 법제 정비 방안과 관련해서 AI 기술·서비스에 대한 사전규제 및 경성규제는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 속 지나친 규제나 법적인 모호성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외 초거대 AI를 활용한 응용 서비스 관련 규제개선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진형 KT 라지 AI사업담당 상무도 "국내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끔 AI 전용 반도체, 인프라스트럭처에 과감한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한글 데이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서 과감한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 및 연구 투자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철 LG AI연구원 AI X 유닛 부문장은 "한국은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의 활용사례, 각종 기반법을 기반으로 한 제도를 선제적으로 만들고 운영해 AI 주권을 확립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국내 AI 자체 기술 육성에 방점을 찍고,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정책적 조치를 순차적으로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주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주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맞춤형 핀셋 지원 정책 수반돼야

학계에서는 민간·정부· 대학간 협력을 토대로 초거대AI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야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AI 인재 육성,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우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도 한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언어를 흡수해 기술개발을 이어가야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한국어 데이터를 활발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그중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부경대 휴먼 ICT 융합전공 교수는 핀셋 규제가 아닌 핀셋 지원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봤다. 김 교수는 "IT기업에게 필요한 정책과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정책, 기술 수준에 따른 지원 정책 등 다양하게 맞춤형으로 지원될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과 학자들의 AI협업 연구가 잘 구축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수학, 언어학, 통계학, 미술, 음악 등 학문과 협업이 중요하며 AI와 국민과 결합을 촉진하는 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초거대AI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행착오를 학교 내 다양한 단위에서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상황에 걸맞는 제대로된 규제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국회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라는 불합리한 규제로 동영상 서비스 선점 기회를 놓쳤던 사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회는 법안 추진은 빠른 편인데, 데이터 관련 입법에 대해선 외국을 무작정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초거대AI 발전을 위한 대응방안 전략을 발표를 계기로, 대응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국장은 "지난 4월 초거대AI 발전을 위한 대응방안 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양질의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약 20만권 이상 규모의 한국어 정형화 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라며 "AI 신뢰성 문제, 맞지 않는 데이터 부분에 있어서 한국어 AI가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발전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으며 기술적 R&D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