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기존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콘텐츠 산업은 다각화됐습니다. 앞선 기술력을 국내 제작 업계와 공유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렇게 기술적으로도 손색이 없어진 한국 작품을 글로벌에 알리고 있습니다."

이성규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가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 넷플릭스
이성규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가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 넷플릭스
이성규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는 31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에서 열린 ‘N 프로덕션 스토리’ 1일차 기조발표에서 이 같이 말했다. N 프로덕션 스토리는 넷플릭스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콘텐츠 제작 기술 및 노하우를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와 공유하는 자리다.

이성규 디렉터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제작 투자와 함께 콘텐츠 완성도를 올리고 제작 효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후반작업 시스템을 체계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쌓아온 노하우를 국내 창작 생태계와 공유하기 위해 후반작업 관련 교육이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한다고 밝혔다. 후반작업 관련 교육은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함께 진행하는 ‘넷플릭스 VFX 아카데미’가 꼽힌다.

그는 "넷플릭스는 100% 사전제작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인력과 시간 등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며 "특수시각효과(VFX) 계약 절차 같은 후반작업 부분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국내 창작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기조와 연결된다. 넷플릭스는 직접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지 않는다. 대신 제작 파트너에게 선진화된 기술과 노하우를 전달해 전체 창작 생태계가 발전하도록 돕는다. 넷플릭스의 이날 발표가 영상을 촬영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의 과정과 후반작업을 체계화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것에 치중된 이유다.

넷플릭스가 만든 대표적인 시스템은 ‘포스트 프로덕션 수퍼바이저’다. 포스트 프로덕션 수퍼바이저는 후반작업 담당 감독과 같은 역할이다. 수퍼바이저는 촬영이 끝난 후 넷플릭스에 콘텐츠가 공개될 때까지 후반작업 과정과 관련 일정을 조율한다. 조율이 되지 않으면 후반작업에 참여하는 여러 구성원의 소통에 차질이 생기거나 촬영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2019년 하반기부터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규 디렉터는 "그동안 사전 준비 기간이나 후반작업 시간이 부족해서 음향이 이상하거나 CG가 어색한 것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며 "적절하게 시간을 사용하도록 돕는 시스템만 있어도 같은 돈과 시간을 들여 더 좋은 품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트 프로덕션 수퍼바이저와 함께 작업해 본 감독이나 PD가 다음 작품을 넷플릭스와 함께 하지 않는데도 수퍼바이저를 구하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수퍼바이저라는 새로운 직군의 도움으로 작품의 품질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