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ChatGPT)’가 수억 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간의 일자리를 실제 빼앗은 사례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식노동자가 일자리를 위협 받는다는 분석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로고. / 뉴스1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로고. / 뉴스1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케팅이나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의 업무가 챗봇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기업 내 유일한 카피라이터였던 한 여성은 챗GPT가 도입된 후 점점 업무가 줄어들다가 해고됐다. 콘텐츠 제작 기업의 대표는 챗GPT를 사용하겠다는 고객사가 늘었고 결국 계약 해지 요구가 많아져 다른 직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진보된 AI 조차 인간의 글쓰기 기술을 따라올 수는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콘텐츠 질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비용이 절감되는 가치가 있다"며 AI 대체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앞서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우려했던 AI의 위험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3월 보고서를 내고 대다수 업무의 18%는 AI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변호사와 같은 사무직 노동자가 건설이나 유지보수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WP는 AI가 ‘고급 인턴’에 불과한 보조원 역할로 여겨지지만, 이 때문에 문서 번역과 같이 챗봇이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노동 전문가인 사라 T. 로버츠 캘리포니아대학교 부교수는 "AI가 진작 자동화될 수 있었던 직업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선 몰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부교수는 "카피라이팅이나 문서 번역·작성, 법률 보조와 같은 일이 AI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법률 분석이나 예술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AI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