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자본 확충으로 발행어음 한도를 늘린데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손잡고 또다시 흥행을 노리면서다.

자료=각 사 분기보고서(단위: 억원)
자료=각 사 분기보고서(단위: 억원)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2조1681억원으로 발행어음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했다. 발행어음 잔액이 10조원을 넘긴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KB증권이 7조7323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NH투자증권 6조6986억원, 미래에셋증권 6조232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어 안정적이고 은행 예금보다 금리 수준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서 독주하면서 1분기 실적도 개선됐다.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62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5%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7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71억원으로 직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일평균 거래대금 및 고객 예탁금 증가 영향으로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증가했고 채권 및 발행어음 잔고 증가로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라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조달비용 상승으로 부진했던 발행어음 스프레드 마진이 1분기 2.96%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면서 1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2위인 KB증권과의 격차 벌리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투증권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카카오뱅크 앱 내에서 별도의 추가 설치 없이 발행어음 거래 서비스인 ‘약속한 수익 받기’를 시작했다. 1년 만기 연 4.35% 수익률의 발행어음 특판 상품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해 관련 상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토스뱅크와 연계해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당시 토스뱅크가 ‘내게 맞는 금융상품 찾기’ 서비스를 출시하며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했다. 토스뱅크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한 특판용 상품으로 최대 연 4.5%의 이자를 제공했다.

출시 직후 해당 상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판 한도인 2000억원이 출시 4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이에 토스뱅크는 발행어음 구매 가능 시간을 24시간, 365일로 확대하면서 시간 제약 없이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토스뱅크와의 협업으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한도는 대부분 소진됐지만 지난해 말 한국금융지주와 계열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7.18%를 취득하면서 자본 규모를 늘렸다.

자기자본 규모는 작년 말 6조5528억원에서 1분기 말 7조6100억원으로 16.13% 확대됐다. 자기자본이 늘어나면서 발행어음 한도 역시 늘어났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어 한도는 15조원 넘게 늘어났다. 1분기 말 발행어음 잔고를 고려하면 약 3조원 규모의 한도가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최소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A등급 이하 회사채, 코넥스 주식, PF 지분 및 대출채권 등)에 투입해야 한다. 발행어음 사업을 할수록 총위험액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발행어음 업무를 본격 개시한 2018년을 기점으로 위험선호 성향이 확대되며 저위험자산 비중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발행어음 조달규모 증가와 우발채무 확대로 자본적정성 지표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