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Wide & Wise 군사] 차세대 핵무기를 총동원한 전략군의 열병식
2월 8일 북한 열병식 분석…규모는 줄었지만 내용은 도발적
북한이 드디어 열병식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열병식을 거행하지 않거나 축소함으로써 성의를 표시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넘쳐났다.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남북관계의 호재가 있는 만큼 북한이 스스로 판을 깨겠냐는 것이다. 또 열병식 전날 북한이 외신의 열병식 취재를 거부하자, 북한이 우리를 배려했다는 식의 주장이 넘쳐났다. 대량살상무기(WMD)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평화올림픽을 지향하는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외신에 대대적 공개를 한 것은 김정은 시기 들어 이례적인 것이다. 2012년 4월12일 김일성생일 100주년 열병식,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2017년 4월 15일 김일성생일 105주년 열병식 등이다.
열병식이 끝나자 국내 언론사 반응은 혼재됐다. 대체로 2017년보다 축소된 열병식, 한미 자극의도가 없다는 등 해석이 많이 등장했다. 한 번 살펴보자. 과연 이번 열병식은 축소됐고 자제된 열병식일까?
◆ 축소됐을지언정 더 강해졌다
올해 열병식의 규모는 작다. 북한 열병식은 보통 열병종대 입장, 김정은 도착 및 주석단 등단, 애국가 및 국기∙당기 게양, 임석상관에 대한 열병지휘관의 열병식준비검열, 열병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각은 대략 2~3시간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은 방송시간이 1시간 43분정도 상대적으로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어보인다. 그러나 이는 녹화방송이므로 필요없는 부분을 편집하였기 때문이지, 실제 열병식의 규모를 보았을 때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후 군종별 행진이 진행됐다. 제일 앞에 선 것은 역시 김정은과 수뇌부를 지키는 호위사령부의 열병종대였다. 수령결사옹위가 국가안보의 최우선 목표인 국가이기에 당연한 수순이다. 그뒤로 육군을 대표해 제1군단 열병종대가 맨 앞에 섰다. 북한은 이 부대를 놓고 '전연군단의 맞아들'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으로 2군단과 5군단 종대가 뒤따랐다. 육군 다음에는 해군과 공군의 열병종대가 각각 행렬에 나섰다.
뒤로는 방어적 성격의 육군 부대가 등장했다. 서남전선을 담당하는 제4군단은 1∙2∙5군단처럼 헬리컬 탄창을 장착한 98식 보총에 야시경과 방탄조끼를 착용하는 등 과거 특수작전군 수준의 장비를 과시했다. 재래전력이 정예화했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수도인 평양을 방어하는 91훈련소, 수도 서쪽을 방어하는 3군단, 7군단도 등장했다. 국경을 지키는 부대로는 8군단과 최북단을 지키는 9군단, 백두산 인근의 10군단과 12군단 등이 열병에 나섰다. 평양지구 고사포병군단과 도로군단도 열병행진을 했다. 이외에도 4.25훈련소, 108훈련소, 815훈련소,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518훈련소 등 유명부대가 참가했다. 각 병종을 대표해 정찰병,도하공병, 통신병, 전파탐지병, 군의근무병 열병종대 등이 참가했다.
도보행렬 뒤에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막간의 정리를 위해 70주년을 기념하는 '70'이라는 대열로 An-2 수송기 15대가 김일성 광장 상공을 스쳐 지나갔다. 항공기가 지나가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휘 지프차 뒤를 따르는 전차행렬이었다. 전차는 선군호로, 전면에 증가장갑을 장착하고 쌍열기관총과 대전차미사일, 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하며 여전히 과하게 무장된 상태로 나섰다. 전차 뒤에는 6x6과 8x8 차륜형 장갑차가 뒤따랐다.
◆ 대한민국을 노리는 신형 미사일 등장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핵무기다. 일부 대북 전문가는 열병식에 핵무기가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편집을 통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분석을 내놨다. 만에 하나 등장하더라도 단거리 미사일 정도만 나오고 신형 ICBM 등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은 열병식 막판 핵무기를 자랑하며 마쳤다.
바로 이런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참조해 만든 국산 미사일이 '현무2'다. 북한이 이스칸데르 계열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면 남북한이 공히 이스칸데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또 북한은 올림픽 단일팀 참가라는 유화카드를 내비치면서도, 정작 한반도 전역을 불시에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올림픽 직전 열병식에서 과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2017년에도 등장했던 북극성2형과 화성12형은 그대로 나오면서 새롭게 바뀐 중거리 미사일 전력도 과시됐다. 등장하지 않은 무기도 있다. 정밀타격이 가능한 스커드VTO, 북한이 2006년부터 실전적 미사일로 자랑하던 무수단, 2017년 4월 첫 등장했던 ICBM급 미사일발사관 운반차량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등장한 것이 성공적 시험발사를 마친 ICBM 2종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었다.
ICBM 자체가 새롭게 바뀐 점은 없었다. 하지만 화성14형은 트레일러에 실려나와 이동식 발사차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짐작케 했다. 또 화성14형은 이동식보다 지상의 사일로 발사 방식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15형은 신형발사차량 4대가 등장했다. 화성15형의 초도 양산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발사차량 생산능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한쪽에는 올림픽 참가카드와 남북대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핵무기만큼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이번 열병식에서도 읽을 수 있다. 역사에서 독재자가 스스로 강한 군사력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다. 이번 열병식은 북한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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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