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휠체어 탄 캐릭터' 만든 무의 홍윤희 이사장 "기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을 것"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면 고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베이코리아 홍보실 임원이자, 장애인이동권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윤희씨가 던진 말이다.
2016년 탄생한 무의는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캠페인을 마련했다. 무의와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제작한 ‘서울시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는 장애인도 손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도다. 2018년 한국장애인인권상 단체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소풍 한번 떠나는 것이 큰 곤욕입니다. 길, 화장실, 식당 찾기가 아주 어려워요. 아예 외출을 포기하는 장애인도 많습니다. 나들이를 돕는 지도처럼 일상 속 작은 부분부터 장애인을 배려하면 편견과 오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무의는 장애 반영 캐릭터를 만들자는 SNS 캠페인을 열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장애 반영 캐릭터가 있다. 휠체어 레고,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자폐아동 줄리아, 슈퍼히어로 영화 엑스맨에 등장한 프로페서X 등이 예다.
"최문숙 대구시청 장애인정책과 주무관과 함께 장애 인식 개선 광고를 만든 적이 있어요. 건물 문턱이 휠체어 출입을 막지 않도록, 시 지원으로 경사로를 만들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민원이 많이 제기됐어요.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빴던 거죠."
홍 이사장과 최 주무관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광고 효과 증대를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러다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가 익숙한 인기 캐릭터를 이용,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홍 이사장이 떠올린 캐릭터는 ‘국민 캐릭터’로 알려진 카카오프렌즈였다. 해시태그 검색 면에서도 수많은 태그를 가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제격이었다. 7월 9일부터 펼쳐진 무의의 캠페인에 인권 활동을 적극 펼쳐온 인기인들이 속속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장애·인권 강연을 펼쳐온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가 먼저 무의의 캠페인을 공유했다. 미투 운동을 펼친 서지현 검사도 류 판사의 게시물을 보고 장애 캐릭터 그림을 제작, 캠페인에 참여했다. 장애 관련 만화가 이정헌 작가, 육아 만화가 쵸키박 작가, 한국 첫 장애인 여성 앵커이자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홍서윤 대표가 속속 무의 캠페인 홍보를 도왔다.
무의는 이 캠페인 결과를 카카오, 라인 등 캐릭터 제작 기업에 전달, 실제 장애반영 캐릭터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할 예정이다.
홍 이사장은 나아가 정보통신기업 및 스타트업과 함께 펼치는 장애 인식 개선 활동을 꿈꾼다. 기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미 배달 스타트업과 함께 펼치는 장애인 주차장 주차 교육, 공연장 내 장애인 배려공간 등을 기획했다.
"소소한 배려만으로도 장애인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인기 가수 공연을 예로 들어 볼까요? 휠체어를 끌고 공연장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좌석도 일반석을 이용해야 합니다. 장애인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요. 공연 기획사와 공연장, 티켓 판매사가 장애인 전용 주차와 안내 편의, 좌석을 마련하는 등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장애인도 마음껏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홍 이사장은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우지 않으면 모른다. 장애를 일찍 가르쳐야 있는 그대로 장애인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또 배려할 수 있다는 것.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동정어린 시선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장애인이 권리를 얻기 위해 떼를 쓴다는 주장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캠페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