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34) 파우스트 ②… 노(老)학자, 사탄과 계약하다
지난 주 시작한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1주일에 5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고전으로는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Faust)를 골랐습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썼다는, 작가의 삶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을지 모를 이 작품을 필사하면서 이전과 다른 독서 경험을 해 보세요. 열린책들 출판본을 참고했습니다. /편집자 주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생각이라면 한번 해볼만 하오.
나하고 계약을 맺읍시다, 그러면 선생은 앞으로
즐겁게 내 재주를 보게 될 거요.
그 누구도 아직껏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누리게 해주겠소.
파우스트 가련한 사탄 주제에 뭘 누리게 해주겠다는 겐가?
드높은 것을 지향하는 인간의 정신을
자네 따위가 어찌 알겠는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음식,
수은처럼 손에서 녹아 없어지는 붉은 금,
결코 이길 수 없는 도박,
내 품에 안겨서 이웃집 남자와 눈 맞추는 아가씨,
천상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는
별똥별처럼 사라져 버리는 근사한 명성은
누리게 해주겠지.
따기도 전에 썩어 버리는 과일이나
날마다 새롭게 푸르러지는 나무를 보여 주게나!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주문쯤이야 간단히 해치울 수 있고
그런 보물쯤이야 얼마든지 대령할 수 있소.
하지만 이보시오 친구, 우리가 편안히 쉬면서
맛 좋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오.
파우스트 내가 속 편하게 누워서 빈둥거린다면,
그것으로 내 인생은 끝장일세!
내가 자네의 알랑거리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 마지막 날일세!
우리 내기해 보세!
메피스토펠레스 좋소!
파우스트 당장 계약을 맺도록 하세!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 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져 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
메피스토펠레스 명심하시오, 우리는 이 말을 절대 잊지 않을 거요.
파우스트 그 부분은 자네 마음대로 하게.
나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네.
내가 순간을 고집하면 종의 신세가 되는 걸세.
자네의 종이든 그 누구의 종이든 상관없네.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