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3분기 매출 쇼크… 삼성전자·하이닉스 하향 조정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5년만에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 보통 마이크론은 D램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며, 마이크론의 실적은 업계 실적 전반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전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22 회계연도 1분기(2021년 9~11월) 이후 3분기 만이며, 매출이 60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6분기 만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 현상 등이 맞물린 후 전자제품 수요가 줄었고, 이것이 반도체 사용량에 영향을 준 탓이다.
마이크론의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마이크론은 2023년 1분기(9~11월) 예상 매출이 42억 5000만달러(6조 911억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3년 전인 2020년 2분기(2012년 12월~2020년 2월)에 40억달러대 매출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토르라 마이크론 CEO는 "단기적인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2023년에 예정했던 CAPEX(설비투자액)를 축소하겠다"며 "메모리 가격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세계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의 실적이 발표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도 악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국내 기업과 회계연도 등 실적 집계 기준이 다르지만, D램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 전망치는 각각 17조원대, 4조원대였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증권가는 매출 전망치를 각각 12조~13조원대와 2조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최근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11조 6240억원으로 추산하며 이미 줄어든 전망치를 한번 더 수정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이번 실적 발표에서 생산량 축소를 언급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현재 수요가 위축돼 재고가 쌓여있는데 대응 과정에서 공급을 줄이면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 감소와 재고 과잉 영향으로 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10~15%, 낸드는 13~18% 하락했다. 4분기에는 각각 13~18%, 15~20%로 내려갈 전망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미국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도 10월쯤 결정되는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있는 상황인 만큼, 전 세계 경제 악화로 인한 수요 위축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시장 상황이 내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23년 인텔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양산에 돌입하면 삼성과 SK의 메모리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다"며 "DDR5로 전환하는 과정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