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자율주행 판 읽었다… '차량용 반도체' 속속 투자
자동차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전자와 TSMC가 투자에 열을 올린다. 자율주행·전기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3년 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1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결과물이다. 자동차 반도체는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거나 전기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2025년이면 840억달러(120조 5400억원)로 성장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전망했다.
자동차 반도체에 대한 매력도가 커지자 기업들은 발빠르게 투자에 나선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 대만의 ‘TSMC’는 최근 유명 완성차 업체들이 모여있는 독일에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반도체 거점인 드레스덴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대만언론들은 TSMC가 이달 공장 건설과 관련해 시찰단을 독일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TSMC의 이같은 행보를 자동차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독일 반도체 공장의 건설 방식이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과 유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2024년 완공되는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는 소니와 덴소가 주주로 참여한다. 덴소는 도요타자동차 계열로,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회사다. 업계에선 해당 시설에서 자동차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관측한다.
TSMC는 2021년 4월 이사회에서도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난징 공장에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는 완성차 회사와도 접점을 늘리며 수주 확대에 나섰다. TSMC는 6월 개최한 기술 심포지엄에서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고위 관계자를 초대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헤르베르트 디이스 폭스바겐그룹 CEO는 SNS에 "폭스바겐의 차세대 자동차 반도체는 TSMC의 공장 중 하나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TSMC는 7월 폭스바겐의 자동차 반도체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테슬라도 TSMC로 갈아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자동차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테슬라가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14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2025년 차량용 메모리 1위 달성을 선언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IT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자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반도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모바일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AP)나 이미지센서 등을 주로 생산하는데, 향후 자동차 반도체나 고성능 컴퓨팅(HPC) 등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종류가 다양해지고, 개수도 늘어났다"며 "시장 자체가 커지다보니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당연히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메모리 업계 전체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