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먹통 사태 거듭 사과…경영 복귀설은 일축

2022-10-24     변인호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먹통 사태를 거듭 사과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또 이날 카카오의 설비투자가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인프라 투자를 강도 높게 최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창업자는 거대그룹이 된 카카오의 경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복귀설’은 일축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국회방송 갈무리
24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에 거듭 사과했다. 이날 종합국감에는 김범수 창업자뿐 아니라 홍은택 카카오 대표, 박성하 SK주식회사 C&C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출석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질책은 주로 김범수 창업자를 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 설비 투자비는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고, 판교 데이터센터 관련 비용은 200억원이다"라며 "데이터 재난 대비를 위한 과감한 투자 대신 서비스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창업자는 이에 "데이터센터에 주는 비용만 200억원이다"라며 "데이터센터는 판교뿐 아니라 4곳에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허 의원이 "인프라에 투자하기 싫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창업자는 "최우선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창업자는 허은아 의원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영에 복귀해 카카오를 이끌어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카카오는 실질적으로 제가 없이 돌아가는 구조가 된 지 꽤 오래됐다"고 경영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금보다 더 강도 높게 최우선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며 "창업자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은 전문적 영역에서 다뤄지는 것이 제가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김 창업자에 데이터센터 이중화 조치가 미흡했던 점과 쪼개기 상장 등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네이버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구글·페이스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자존심같은 존재지만 이번 사고로 디지털 재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카카오는 지금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자체 데이터센터를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에 "데이터센터 건립에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들어 카카오가 돈을 벌지 못하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카카오가 수익을 내자마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다"며 "서비스 안정성은 카카오의 존폐를 가름하는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쪼개기 자회사를 만든 이유를 묻자 "1차 계열사가 만들어지고, 그 계열사가 필요한 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투자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늘었다"며 "(이번 사고로) 데이터센터 확보와 서버 이중화가 부족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반영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창업자는 무료 서비스 및 간접피해 보상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 창업자에 따르면 현재 먹통 사태 피해 사례는 4만5000건정도 접수됐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모빌리티 보상 논란 등 보상에 대해서는 추후 보상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카카오 프로멤버십 가입 택시기사에 7550원, 카카오T 프로서비스 유료 이용 대리기사에 4260원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관련 노동자 단체들은 보상안이 현실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간접피해가 많아 규모를 산정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무료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가 없었으면 오늘의 카카오가 될 수 없었다"며 "오늘 이 자리를 담대하고 통 크게 국민 마음을 얻는 자리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