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때리기에 몰두한 ‘코인국감’… 무엇을 남겼나

2022-11-01     조아라 기자

‘테라·루나 사태’로 달궈진 ‘코인 국감’이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거나 지배구조 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당국 대처를 점검하지 못한 채, 사업자 때리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다른 주요 국가들은 가상자산 시장 육성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골몰하는 가운데, 우리 국회만 글로벌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규제만 강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10월 11일 열린 국정감사 현장. / 유튜브 갈무리
누구나 사업 가능 길 터준 특금법, 국회는 이정훈 맹폭

이번 코인 국감의 주인공으로 테라가 아닌 아로와나 토큰이 자리했다는 점이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다. 펌핑으로 문제가 됐던 아로와나 이슈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증인 채택으로 이어졌다. 이 전 의장이 아로와나 시세 조작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빗썸 회장으로 알려진 강종현씨의 국감 출석 여부가 핵심 이슈가 되면서 테라 사태 후속 조치는 논의에서 멀어졌다.

아로와나 이슈를 계기로 빗썸과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지배구조 건전성 문제가 거론된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규제 개선이 아닌 ‘기업인 망신주기’만 부각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빗썸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최대주주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기인한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면서 최대주주 적격 심사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국회와 당국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기업의 ESG 중 ‘지배구조’가 특히 중시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현행법이 금융업 진입 장벽으로 대주주 적격심사를 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상자산의 경우 실소유주 등에 의한 자금세탁위험이 높아 엄격한 수준의 최대주주 적격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기관 합동으로 구성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 금지 정책협의회’가 지난 2018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 수익을 창출하는 16개 부문 중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위험은 현금 다음으로 높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자금세탁 위험을 인지, 권고(E-24)를 통해 실소유자에 대한 요건을 지침서에 명시했지만 특금법 개정 과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면책성 법률 미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자가 일정 범죄를 범한 경우, 신고 수리를 거부하도록 했는데, 대표와 등기임원으로 대상을 한정하면서 정작 실소유주는 빠져나갈 틈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정훈 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업비트 ‘카카오톡’ 단일 로그인 5년간 방치…’보상’만 초점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업비트 로그인이 중단된 사태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업비트는 서비스를 개시한 201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카카오톡을 통해서만 거래 플랫폼 로그인을 허용했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업비트 투자자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구조다. 일각에서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톡 로그인을 단순한 업무 과실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카카오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의 관계 때문이다. 양사의 인연은 카카오가 두나무에 33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연결실체 지분율은 22.4%로, 두나무의 관계사이자 2대 주주 지위를 꽤 오랜 기간 유지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도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를 지낸 만큼, 업비트의 성장은 카카오를 빼고 말하기 어렵다.

올해 초까지 이성호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 비상임이사가 두나무 사외이사를 지낸 점도 양사의 긴밀한 관계를 짐작케 한다. 이같은 배경을 두고 보면 카카오톡 로그인 서비스는 플랫폼과 계열사간 독점 제휴 가능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국감은 제때 코인을 팔지 못한 업비트 투자자에 대한 ‘보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플랫폼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안 제시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공정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회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기업인만 불러다 혼낸 거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진다. 법률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규제만 강화한다는 우려다. 실제 여당을 주축으로 제정되는 디지털자산법안에는 시장 육성보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내용이 주가 될 전망이다.

한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기술과 블록체인 등 4차 혁명의 중요 분기점에 놓였는데 정부와 국회가 문을 닫아 걸고 기업인을 압박하며 이슈 몰이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 시국이 과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조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대선 때부터 시장 육성을 강조해온 국민의힘이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이러니"라며 "수년 째 이어지는 규제 일변도의 기조를 한국 시장이 버틸 맷집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지 장담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