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차세대 '젠 4' 세대 CPU, AMD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

2023-08-03     권용만 기자

AMD의 2023년형 프로세서는 모두 ‘라이젠 7000 시리즈’로 불리지만, 모든 제품이 ‘2023년형’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용 제품 모두에서 모델에 따라 크게 세 가지의 CPU, GPU 아키텍처가 있고, 이들의 조합에 따라 몇 가지 제품군이 나온다.

이 중 모바일에서 기존 ‘7030U’ 시리즈는 ‘젠 3’ 기반인 이전 세대 ‘렘브란트’의 리프레시 모델이었고, 이를 대체하는 저전력형 ‘젠 4’ 세대 모델은 아직 없었다. ‘젠 4’ 세대에서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와 기술을 공유하는 7045HX 시리즈가 있지만, 이 쪽은 내장 그래픽이 이전 세대인 ‘RDNA2’ 기반이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AMD의 진정한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은 등장하지 않은 셈이었다.

모바일 플랫폼을 위한 AMD의 라이젠 7040 시리즈는 이러한 기존 제품군의 아쉬움을 모두 해결하는, 진정한 ‘젠 4’ 세대 모바일 플랫폼의 모습을 갖췄다. 최신 ‘젠 4’ CPU 아키텍처와 ‘RDNA3’ GPU 아키텍처의 조합으로 등장한 라이젠 7040 시리즈는 핸드헬드 게이밍 디바이스를 위한 ‘라이젠 Z1’에서부터 이동성이 강조된 경량 노트북을 위한 ‘라이젠 7040U’, 높은 성능과 뛰어난 이동성을 제공하는 ‘라이젠 7040HS’ 시리즈까지 다양한 모델이 선보인다.

AMD 라이젠 9 7940HS를 탑재한 레이저 블레이드 14 게이밍 노트북 / 권용만 기자
차세대 모바일 환경을 위한 새로운 기술들 담아

라이젠 7040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최신 기술’의 조합이다. CPU 측면에서는 최신 아키텍처 ‘젠 4(Zen 4)’를 탑재했고, GPU 측면에서는 현재 라데온 RX 7000 시리즈에 사용되는 최신 아키텍처인 ‘RDNA3’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기술들의 조합보다 상당히 높아진 연산 성능과 그래픽 성능을 높은 효율과 함께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일부 모델에는 인공지능(AI) 워크로드를 위한 전용 가속기가 탑재된 것도 눈에 띈다.

라이젠 7040 시리즈 중 HS 시리즈는 TDP 35~54W 수준의 얇고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최대 8코어 16스레드 구성과 5.2GHz의 최대 동작 속도를 갖췄으며, 최신 RDNA3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700M’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을 갖췄다. 또한 AMD가 인수한 자일링스(Xilinx)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가속기 ‘라이젠 AI’도 탑재됐다.

같은 ‘젠 4’ 아키텍처 기반의 고성능 노트북용 제품인 7045HX 시리즈와 비교하면, 기술적 특징은 제법 다르다. 아키텍처 측면에서는 같은 ‘젠 4’를 사용하지만 7045HX가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의 칩렛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것과 달리, 7040HS는 단일 다이 구성이다. 최대 코어 수도 7040HS는 7045HX 대비 절반 정도인 최대 8코어 구성이다. 또한 7040HS 시리즈의 그래픽은 ‘RDNA3’ 아키텍처에 최대 12개 그래픽 코어 구성으로 제법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라이젠 7040HS 시리즈는 라이젠 9 7940HS, 라이젠 7 7840HS, 라이젠 5 7640HS 등 총 세 가지 모델이 선보였다.

이 중 가장 높은 사양의 ‘라이젠 9 7940HS’는 8코어 16스레드 구성과 기본 4GHz, 최대 5.2GHz 동작 속도를 갖췄으며, 35~54W TDP 범위를 지원한다. 12CU 구성의 ‘라데온 780M’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과 ‘라이젠 AI’ 가속기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메모리는 DDR5-5600이나 LPDDR5x-7500 메모리를 지원하며, PCIe 4.0 20레인의 확장성도 갖췄다. 단일 다이 형태로 TSMC의 4nm 핀펫(FinFET) 공정으로 제조된다.

AMD 라이젠 7040HS 시리즈 주요 특징 / AMD
라이젠 7040HS 시리즈에 사용된 ‘젠 4’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 대비 더 커진 캐시와 레지스터, 향상된 분기예측, 입출력 성능 향상 등으로 같은 동작 속도에서 평균 13%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AVX-512 명령어셋을 지원하며, 전력 효율적으로 구현되어 AVX-512 사용시에도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 등에 영향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라이젠 7040HS 시리즈의 전력 효율은 전력 소비량과 쿨링에 제한이 있는 노트북 폼팩터에서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성능을 갖춘 노트북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새로운 ‘RDNA3’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700M’ 시리즈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라이젠 7040HS 시리즈에는 12개 CU(Compute Core) 구성을 갖춘 ‘라데온 780M’ 이나 8개 CU 구성의 ‘라데온 760M’이 사용되며, 이 중 ‘라데온 780M’은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이전 세대의 메인스트림 급 외장 그래픽 구성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이 라데온 700M 시리즈는 AV1 하드웨어 디코딩과 인코딩을 모두 지원하는 첫 프로세서 내장 GPU이기도 하다.

라이젠 7040HS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세서에 탑재된 AI 가속기 ‘라이젠 AI’다. AMD가 인수한 자일링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라이젠 AI’는 최대 10TOPs의 성능과 최대 4개 스트림까지의 멀티태스킹 처리가 가능하다. 이 ‘라이젠 AI’ 가속기는 현재 윈도11 기반에서 노트북 내장 웹캠의 자동 프레이밍, 배경 흐림, 아이컨택 효과 등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기능들은 별도의 가속기가 없으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또한 AMD는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라이젠 AI’ 가속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니파이드 AI 스택’ 지원을 확장할 계획이다.

새 플랫폼 기반으로 이전 세대 대비 제법 큰 성능 향상을 달성한 ‘레이저 블레이드 14’ / 권용만 기자
얇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게이밍 노트북에 최적

레이저(Razer)의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AMD 라이젠 7040HS 시리즈 프로세서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AMD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와 총 그래픽 소비전력(TGP) 140W 구성의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랩톱 GPU를 14인치 디스플레이 수준의 면적과 18mm 두께, 1.85kg의 무게에 모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레이저 블레이드 14 모델의 프로세서 전력 제한 설정은 ‘저소음’ 모드에서 지속 전력 37W, 최대 48W 설정을, 표준 ‘균형’ 설정에서는 지속 42W, 최대 60W 설정을 사용한다. 사용자의 선택 하에 최대 성능을 위한 전력설정에서는 지속 75W, 최대 90W를 프로세서에 공급할 수 있다. CPU와 GPU를 합치면 약 185W 정도의 시스템 TDP로 추산되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두 개의 팬과 증기 챔버 등을 적극 활용했다. 전원 어댑터는 230W 용량을 사용한다.

이 ‘레이저 블레이드 14’는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비교적 작은 폼팩터에서도 프리미엄 급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구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전 세대와 비슷한 패키징과 쿨링 시스템에서도 이전보다 더 높은 TGP 구성을 위해서는, CPU와 플랫폼 측면의 전력 효율과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CPU와 GPU간 적절한 ‘밸런스’를 갖춰야 제대로 된 게이밍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여러 모로, 라이젠 7040HS 시리즈 프로세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위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

레이저 블레이드 14 모델은 시작 가격이 2400달러(한화 약 306만원)이고, 테스트에 사용한 메모리 16GB, 지포스 RTX 4070 랩톱 GPU 구성 제품은 2700달러(한화 약 344만원), 국내 판매 가격은 400만원에 달한다. 이 제품의 패키징 측면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16:10 QHD+ 해상도와 240Hz 고주사율을 갖춘 디스플레이, 확장 가능한 DDR5 메모리 구성, 최대 1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 등, 가격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Geekbench 5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Cinebench R23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3DMark(CPU Profile)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PC Mark 10 Extended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레이저 블레이드 14에 탑재된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의 성능은 제법 인상적이다.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긱벤치 5(Geekbench 5)’의 테스트 결과에서는 이전 세대 제품인 라이젠 9 6900HS나 경쟁 제품인 13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 대비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표준 ‘균형’ 설정과 최대 성능 설정 사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이 프로세서의 에너지 효율성을 잘 보여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용 시나리오에서 PC의 전반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PC마크(PC Mark) 10 테스트에서도, 전력 관리 설정에 따른 성능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총점이나 ‘에센셜’ 부분에서는 의미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으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 정도에서나 다소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용 시나리오에서, 라이젠 9 7940HS는 최근의 고성능 노트북 중에서는 그리 높지 않은 레이저 블레이드 14의 균형 모드 정도로도 충분히 모든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연산 집약적인 환경에서는 프로세서의 전력 제한 설정에 따라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렌더링 성능을 통해 CPU의 연산 성능을 확인하는 ‘시네벤치(Cinebench) R23’ 테스트 결과에서, 라이젠 9 7940HS는 표준 균형 모드 대비 최대 성능 설정에서 13% 정도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 3DMark의 ‘CPU 프로파일’ 테스트에서도 전력 설정에 따라 8코어 이상에서 11~14%의 성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테스트한 ‘레이저 블레이드 14’ 시스템에서, 배터리로의 사용 시에는 외부 전원 사용 시 대비 대략 40% 정도의 성능 차이가 있다. PC마크 10에서는 외부 전원 사용 여부에 따라 총점에서 약 40% 정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에센셜’에서는 약 20% 정도의 성능 차이지만 ‘생산성’에서는 33% 정도,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서는 35% 정도의 성능 차이가 보인다. 외장 GPU를 사용하는 ‘게이밍’에서는 배터리 모드 사용시 GPU에 상당한 수준의 성능 제한이 적용돼, 배터리 모드에서의 성능은 외부 전원 사용시의 37% 정도였다.

3DMark(Time Spy, RTX 4070)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3DMark(Time Spy, Radeon 780M)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3DMark(Night Raid, Radeon 780M)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HITMAN World of Assassination(Dartmoor, Ultra) 테스트 결과, 단위 ‘초당 프레임 수’,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Shadow of the Tomb Raider(Highest) 테스트 결과, 단위 ‘초당 프레임 수’,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전반적인 게이밍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3D마크(3DMark)’에서도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대비 제법 나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는 지포스 RTX 4070 외장 GPU를 사용한 ‘타임 스파이(Time Spy)’ 테스트에서 이전 세대 대비 약 17% 정도 향상된 성능을 나타냈다. 물론 비교에 사용한 이전 세대인 라이젠 9 6900HS 탑재 시스템인 레노버 요가 슬림 7 프로 X 모델과는 시스템 전체의 전력 구성 설정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프로세서 내장 ‘라데온 780M’ 그래픽의 성능은 제법 훌륭했지만, 기대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 라이젠 9 6900HS에 탑재된 이전 세대 ‘라데온 680M’ 대비, ‘나이트 레이드(Night Raid)’에서는 소폭 성능 향상이 있지만 ‘타임 스파이’에서는 성능 향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사용 시 ‘CPU 테스트’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던 부분이 라이젠 9 7940HS에서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전 세대 대비 눈에 띄게 좋아진 점으로 꼽을 만 하다.

레이저 블레이드 14 모델에서 TGP 140W 설정의 지포스 RTX 4070 랩톱 GPU를 사용할 때 실제 게이밍에서의 결과 또한 제법 훌륭하다. ‘히트맨 월드 오브 어새시네이션(HITMAN World of Assassination)’의 울트라 옵션에서, 레이저 블레이드 14 모델은 1920x1200에서 초당 113프레임 이상, 2560x1600에서 초당 95프레임 이상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그래픽 부하가 큰 ‘Dartmoor’에서도, 최대 성능 설정 시 2560x1600에서 초당 100프레임 이상을 보였다. 전력 제어 설정에 따른 성능 차이는 다소 나타나는 모습이다.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에서도 ‘Highest’ 옵션 기준 1920x1080에서는 초당 143프레임, 2560x1600에서는 초당 95프레임의 높은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쿨링 등의 영향 때문인지 전력 제어 설정에 따른 성능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두 게임 모두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 30프레임 전후로 성능 제한이 나타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진정한 ‘라이젠 7000’ 시리즈가 등장했다는 느낌을 주는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 / 권용만 기자
AMD의 모바일용 프로세서 제품군 구성에 있어, 라이젠 7040 시리즈의 등장은 이제서야 진정한 ‘젠 4’ 시대 프로세서와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노트북용 플랫폼에서 ‘젠 4’ 아키텍처가 전력 효율과 이동성 측면이 강조되는 메인스트림 급 HS, U 시리즈 제품에까지 적용됐다는 점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세대 교체’의 시기를 맞았다는 느낌을 준다.

라이젠 7040 시리즈의 ‘세대 교체’는 ‘라이젠 7000 시리즈’를 기준으로 하면 다소 늦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지만, 기술적 특징에서는 ‘반 발 빠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최신 CPU 아키텍처의 적용은 한 발 늦은 느낌이 있지만, 최신 GPU가 제공하는 AV1 인코딩 등 차세대 미디어 지원이나 ‘라이젠 AI’ AI 가속기 같은 특징은 경쟁사 대비 반 박자 빠른 투입이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특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의 주도권 측면에서는 기대가 된다.

또한 프로세서 차원에서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는 제한된 전력 소비량과 쿨링 용량 속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확실한 영역을 갖춘 점이 강점이다. 최근 노트북용 프로세서에서도 성능을 위해 데스크톱 급의 고성능 설정이 기본처럼 다뤄지는 상황에서 ‘라이젠 9 7940HS’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은 제품 단계에서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효율적인 ‘올라운드’ 고성능 노트북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노트북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 ‘라이젠 7040 시리즈’ 기반 노트북이 아닐까 싶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