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혼란 수수방관…협의체 '닥사' 유명무실 논란
2년째 통일되지 않는 유통량 기준…위계다툼에만 집중하는 거래소들
국내 5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기구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협의체가 설립된지 2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기준 마련없이 눈치보기로 일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설한 가상자산 전담부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공통 가이드라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해당 부서는 1분기 내로 거래소 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상장과 거래지원시 고려해야 할 평가 기준과 토큰 유통량, 발행량 산정 기준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관적이지 못했던 국내 거래지원 가이드라인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마련된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당국이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만큼 그간 자율기구로 활동했던 닥사는 무얼했느냐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개사(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는 지난 2022년 닥사를 구성했다. 거래소간 공조를 통한 투자자 보호와 토큰 평가 등에 대한 공동 자율규제 마련 등이 설립 취지였다.
그러나 닥사는 출범 이후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있어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며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상장 기준 등에 있어 거래소간 합의되지 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 오히려 회원사간 균열이 커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믹스 사태다. 닥사는 지난 2022년 가상자산 위믹스(WEMIX)에 대해 유통량 공시 위반 등을 이유로 공동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그러나 합의 3개월만인 지난해 2월 코인원이 위믹스를 재상장, 닥사간 연합에 균열이 발생했다.
최근 가상자산 크레딧코인(CTC)과 관련한 거래소간 입장 차이에서도 닥사는 묵묵부답이다.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채 눈치만 보고 있어 무용론만 거세지는데 일조했다. 지난달 닥사 회원사인 빗썸이 "유통량을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크레딧코인에 대해 유의종목 지정을 통보했다. 하지만 같은 닥사 소속사인 업비트는 크레딧코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두 거래소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 서로 다른 유통량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크레딧코인은 거래소 상장을 위해 발행된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코인 6억개와 크레딧코인 메인넷 기반의 코인 14억개를 발행했다. 업비트는 이더리움 기반의 크레딧코인 유통량만을 계산해 투자자들에게 6억개로 명시했다. 반면 빗썸측은 메인넷 기반의 코인 또한 계산해야 한다며 크레딧 코인측이 총 발행량을 6억개로 명시한 사실이 허위라 판단했다.
닥사는 8명의 자문위원과 ▲거래지원(코인원) ▲자금세탁방지(업비트) ▲시장감시(코빗) ▲준법감시(빗썸) ▲교육(고팍스) 분과를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유통량과 관련해 거래소간 통일 지침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과 유통량에 대한 평가는 거래소별로 각자 상이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닥사 소속 거래간에도 상장된 코인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류하거나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닥사는 협의체 설립 취지에 무색하게 거래소간 알력다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겉으로는 5개 거래소의 공동 협의체이나, 내부에서 금융당국과의 접점, 거래소 규모 등에 따라 보이지 않는 위계서열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 내부에서는 이미 각자도생하려는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며 “공동 대응은 무너진지 오래이며 협의체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닥사 관계자는 "회원사마다의 내규와 고유한 정책에 따른 판단은 닥사가 관여하거나 강제할 일이 아니며, 이를 존중하는 것 뿐"이라며 "닥사는 회원사들의 결정을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