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신입행원…상경계 우대 옛말 디지털 전문가 확보 사활

2024-04-24     김경아 기자

최근 은행권이 일반행원 대신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등 전문 분야 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은행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5대 금융지주 로고 이미지 / IT조선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30여명 규모의 전문분야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넓게는 ▲ICT ▲디지털 ▲사용자경험(UI·UX) ▲금융모집 분야 등 4개, 세부적으로는 17개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모집한다.

DGB대구은행도 27개 분야에서 경력 전문직원을 채용한다. ▲디지털마케팅 기획 ▲블록체인 전문가 ▲UX·UI, 웹디자인 ▲사설 인증서 ▲클라우드 보안 전문가 등 부문으로 구성됐다.

시중은행이 신규직원을 채용에서 디지털·ICT 등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데 반해, 일반행원 공채 규모는 감소하는 중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는 530명으로, 전년 동기 1000명 대비 절반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이 디지털 분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자사 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슈퍼앱’을 앞다퉈 출시하는 등 금융 플랫폼을 통한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 영업에 집중,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면서 인력 수요가 감소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2020년 말 3303개, 2021년 말 3079개, 2022년 말 2883개, 지난해 말 2826개까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인문계열 졸업생 강혜지(가명)씨는 “일반행원 채용 규모마저 줄어드니 취업 시장에서 문과생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실감 난다”며 “상경계열을 선호한대서 복수전공을 했더니, 이제는 공대생에게만 취업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영업점을 줄이고 비대면 및 디지털에만 집중하는 행보가 금융 취약계층뿐 아니라 고객 전체의 접근성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은행권은 자연스러운 영업 행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이 활성화됐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점포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기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ICT 등 전문인력을 통한 플랫폼 강화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영업점을 통해 수신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대는 갔다”며 “시중은행들이 자사 앱을 통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 수준이 곧 은행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