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고물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 어려워”

높은 생활비 탓에 인플레 둔화 체감 어려워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은 7월 금통위서 논의

2024-06-18     한재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을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구조개선과 정책당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 목표(2%)로 수렴하기까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이 총재는 18일 열린 ‘2024년 6월 물가 설명회’ 기자단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초 5.0%에서 올해 5월 2.7%로 낮아졌지만 국민이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면서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떠한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국민경제에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제안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서 “물가 구조를 정확히 알리면서 특정한 상황에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고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는데 이걸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돌았다.

식료품과 의류 가격이 높은 건 낮은 생산성과 높은 거래비용 탓이다. 신선식품은 미국 등 주요 농업수출국과의 거리가 멀어 수출에도 한계가 있고 유통비용도 높다. 지난 1999년 39%였던 우리나라의 유통 비용률은 2022년 50%까지 상승했다.

의류 가격이 높은 것도 고비용 유통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류업에서 중간 유통을 줄일 수 있는 직매입 비중은 3%대 미국의 80% 이상과 비교된다. 

여기에 주거비용도 높다.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OECD 국가 중 7번째다.

한편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는 7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7월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추이와 대내외 여건을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엔 말하기 어렵다”면서 “물가 흐름이 지난 5월에 이야기한 경로와 같은 수준이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 것이냐 하는 것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예상대로 물가에 수렴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수출과 내수 간 회복세에 차이가 있어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