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 큰 의미…CBDC 활용연구 성과 기대" [DT 금융포럼]
"한국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새로운 표준 설정 작업에 처음부터 참여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팀장은 이날 'CBDC와 통화시스템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연구 현황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선 과제 등을 발표했다.
CBDC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다. 민간이 아닌 정부가 중앙에서 통제하는 결제 수단이다. 원화 등 법적 화폐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면서도 가치와 기능이 블록체인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다.
김동섭 팀장은 "디지털 형태의 법화를 발행해 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대부분 국가가 CBDC 도입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다"며 "CBDC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를 두고 주요 국가는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계 중앙은행의 93%가 CBDC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라며 "일부 신흥국은 공식 도입했고, 영국·일본·미국 등 주요국은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2020년을 기점으로 범용 CBDC 형태로 기술연구 개발을 시작해 최근에는 미래 통화 인프라 시스템 차원으로 연구범위를 확대했다. 예를 들면 분산원장 기반 온라인 CBDC의 발행-유통-환수 등 전 생애주기 구현을 해본다거나, 양방향 통신단절 상황에서의 오프라인 거래 기능 등 구현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은행은) CBDC 활용성 테스트와 프로젝트 아고라 등 기관용 CBDC를 전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라며 "신흥국들이 CBDC를 먼저 도입한 이유는 은행 예금 계좌도 없는 등 지급결제 서비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지 않은 이유에서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크지 않아 긴 호흡을 가지고 여러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팀장은 국제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는 만드는 새로운 표준 설정 작업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했기 때문이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은행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업이다.
김 팀장은 "국가간 지급 서비스의 경우 속도나 비용에서 효율성 개선 여지가 많은데 그중 하나로 CBDC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한국은행이 참여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이미 토큰화 예금을 활용해 미래 통화 인프라를 만드는 활용성 테스트를 BIS(국제결제은행)와 공동으로 진행해왔던 성과와 함께 신흥국과 선진국간 가교역할을 하는 주요 무역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고라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CBDC 활용성 테스트도 올해 4분기 착수해 내년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