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늘어나는 저축은행, 건전성·수익성 악화 ‘이중고’ [혼돈의 금융 ⑥]

1분기 1500억대 적자 이어 2분기 3천억대 적자 전망

2024-07-08     한재희 기자

저축은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發) 부실채권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부실에 따른 연체율 증가와 이에 따른 충당금 확대, 조달 비용 상승으로 비용만 늘어날 뿐 수익성 개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축은행업계는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는 등 건전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연체율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어 충당금 확대에 따른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T조선

8일 저축은행중앙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 79개의 당기순손실은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527억원) 세 배 가까이 늘었다. SBI·OK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위 10개 사(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이 362억원으로 1년전 45억원 손실보다 8배가량 늘었다. 

꺼지지 않는 연체율…NPL은 이미 두 자릿수

더 큰 문제는 건전성이다. 올 1분기 79개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 6.55% 대비 2.55%포인트 상승했다. 상위 10개사 평균 연체율은 9.01%로 5.21%에서 4.80%포인트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말 대비 2.59%포인트 오른 10.32%로 이미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분기 이상 두 자릿수를 기록한 3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점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공동으로 부실채권 매각과 개인사업자 채권 매각 등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시행한 2차 개인무담보·개인사업자대출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1360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1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매·상각 실적은 지난해 전체 부실 자산의 19.2%로 은행(42.3%)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저축은행의 매·상각 비중은 33.7% 수준으로 나타났다.

업황 개선도 미지수다. 하반기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 예금보험료율 상향 등 저축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커진다. 

2분기 적자 더 커질 듯…신용등급 줄하향 

저축은행은 새로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유의’ ‘부실우려’ 등급에 대해서는 여신 건전성을 다시 분류해야 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충당금 규모는 최소 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적자로 허덕이는 저축은행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이에 2분기 저축은행업권 당기순손실이 3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 상황이다. 1분기 적자와 합하면 상반기에만 5000억원 가까운 적자다.

저축은행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신용평가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의 지난 2분기 저축은행 신용평가를 보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저축은행은 모두 5곳(중복 포함)에 이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OSB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는 바로저축은행과 웰컴·키움저축은행 등의 등급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JT친애저축은행의 등급을 내렸다. 등급 전망을 내려 잡은 곳도 10곳에 달해 등급 하향 저축은행은 더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체력이 약한 저축은행들이 버티지 못하고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들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물만 쌓일 것이란 우려도 크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저축은행은 업황 악화와 당국의 정책에 따라 경·공매에 나서게 될 것이고 현 상황에서 버티기보다는 건전성 관리가 우선돼야 하는 게 맞다”면서 “업권 전체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신규 자금 투입, 경·공매 활성화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