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천 대원씨티에스 회장 “실패하더라도 시도해야, 학습과 경험으로 미래 준비”

IT 유통 업계 대부에서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새내기로 변화 나서

2024-08-07     이윤정 기자

국내 대표적인 IT 유통기업 ‘대원씨티에스’가 인공지능(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0년 이상의 유통 경험에 기술력을 더해 엔터프라이즈 AI 기업으로 탈바꿈에 나선 것.  

PC 및 부품, 주변기기 등 IT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대원씨티에스를 말할 것이다. 2010년 사명을 변경한 대원씨티에스는 1988년 대원컴퓨터로 창립했다. 대원씨티에스는 HP, MS, AMD, 레노버, 에이수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외 유수의 브랜드와 손잡고 이들 제품의 시장 안착을 도우며 도약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23년말 기준 매출액은 6730억원을 기록했다. 

정명천 대원씨티에스 회장 /이윤정 기자

IT유통 업계를 대표해 온 대원씨티에스의 변화의 노력은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우선 유통 방식의 변화다. 

성장을 위해서는 판매량을 늘려야겠지만, 2010년대 들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도래했다.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 유통에서 탈피하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됐다. 

정명천 대원씨티에스 회장은 “파트너에게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유통 방식이 오랫동안 익숙했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파트너가 공급처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영업 형태로 변화를 꾀했고, 현재는 이러한 영업이 전체 영업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대원은 AI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판교에 이를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AI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고 시장에서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했다. AI 비즈니스를 위한 서버, 스토리지 등 제품군도 확대했다. 

정명천 대원씨티에스 회장 / 이윤정 기자

정명천 회장은 “플랫폼이 꽃을 피웠던 인터넷 혁명 시기에 다소 늦은 도전으로 시장에서 앞서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며 “AI가 기술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앞서나가자는 생각에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자사의 데이터부터 학습시켰다. 내 데이터를 학습해서 개인 비서로도 쓸 수 있고, 회사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대원씨티에스가 운영하는 B2B 전문 플랫폼인 컴퓨터코리아를 대상으로 학습했고 실증결과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결과물이 서비스에 도출되면 컴퓨터코리아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맞춤형 AI를 통한 한층 향상한 경험을 즐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AI 연구 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하지만 구하기 어렵다는 1억원 상당의 엔비디아의 AI 칩인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여러대를 판매하지 않고 사내 엔지니어의 스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일화만 봐도 이러한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국내 굴지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업체를 비롯한 AI 분야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원씨티에스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와 B2B, B2C 비즈니스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확산에 나선다. 딥엑스와의 협업을 통해 NPU(신경망처리장치) 서버를 비롯해 AI 네트워킹 솔루션 공급 및 엣지 인프라 환경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바스트데이터, AI 서버 전문 글로벌 기업인 케이투스와도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대원씨티에스는 이러한 파트너십이 엔터프라이즈 AI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명천 회장은 “기존 유통중심에서 앤드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파트너와 협업하는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는 마치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을 쓰라는 것과 같지만 직원들이 변화의 노력을 잘 받아줬다”며 “그런 덕분에 오늘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우리가 가치가 있어야 생태계 내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활용하는 회사와 안 하는 회사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본다.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가 핵심"이라며 “유통과 AI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