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유지…13차례 연속 동결

집값 상승, 가계부채 급증 등 동결 결정 요인 수정경제전망 통해 성장률 0.1%포인트 하향

2024-08-22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는 13차례 연속 동결로 1년 7개월째 기준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묶었다.

최근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세가 기준금리 인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회복 효과보다 금융불균형을 부추기고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한은 금통위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는 현재 3.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동결이다.

이번 금통위 결정엔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 급등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더 불었다.

한국은행이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올해 1분기 말보다 13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치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92조7000억원)이 16조원 급증했다. 1분기(12조4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증가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낮추게 되면 한은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가계대출 급증을 부추긴 주범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물가 안정도 확신하긴 어렵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하며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했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급등과 지역난방 요금 인상 등 물가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미국의 통화정책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좀 더 지켜보겠단 뜻이다. 

한미금리차는 역대 최고 수준인 2.0%포인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미금리차가 외국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더 벌어지게 되면 최근 안정을 찾은 환율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4%로 5월 전망(2.5%)보다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을 2.1%로 5월 전망과 같이 예상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5월 전망치(2.6%)에서 0.1%포인트 하향조정 된 2.5%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1%로 기존 전망(2.1%)을 유지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