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프로세스 95% 자동화…디지털 혁신으로 AI 시대 준비"

[인터뷰] 정태균 애큐온캐피탈 디지털기획실장 "사람이 하던 차주 재무정보 수집, 이젠 로봇이 자동으로" "사흘 걸리던 대출, 이젠 2시간이면 OK…고객 만족 실현"

2024-09-02     전대현 기자

“디지털 전환으로 지난해 줄인 종이만 25만장 정도 됩니다. 서류 출력하느라 프린터가 열을 받아 다시 식혀서 썼던 예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죠.”

애큐온캐피탈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정태균 디지털기획실장은 회사의 디지털 전환 과정을 초창기부터 지켜봐왔다. 전통 제조업체의 자회사로 출발한 애큐온캐피탈은 이제 어엿한 여수신 종합금융사로 자리 잡았다. 수기로 작성했던 모든 서류가 지금은 전자화됐고, 영업 현장에서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 시간과 공간을 단축시켜 높은 효율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정 실장은 디지털의 편의성과 효율성 이면에 항상 보안사고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정태균 실장은 "계약서 작성에서부터 처리, 저장 등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 관리하게 되면 편리하지만,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산과 데이터, 시스템을 보호하고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이버 복원력 체제를 항시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태균 실장은 2021년 애큐온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뒤 회사의 보안업무와 디지털 혁신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과 이에 따르는 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애큐온캐피탈

애큐온캐피탈은 2006년 KT캐피탈을 모태로 한다. 2016년 두산그룹 산하 두산캐피탈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 산하로 전속금융사(캡티브) 역할을 하며 자동차 여신 전문 회사로 자리 잡았다면, 두산캐피탈을 품은 애큐온캐피탈은 건설 중장비 할부, 리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춰 이 부문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후 HK저축은행까지 인수해 브랜드를 애큐온으로 바꾸고 나름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애큐온캐피탈 대표인 이중무 사장은 2019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장수 CEO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회사를 성장시킨 공로도 있지만, 디지털 고도화를 통해 대고객 및 내부 서비스 자동화 등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기업인으로도 손꼽힌다. 

애큐온캐피탈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태균 실장으로부터 회사의 디지털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최근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2021년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전 사업 영역에 걸쳐 디지털 활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서류업무뿐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부문인 커머셜금융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ㅡ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예전에는 문서를 수기로 받다 보니 이를 스캔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됐다. 이제는 전자문서화로 관리가 굉장히 심플해졌다. 공간적인 제약도 덜었다. 이전엔 수기로 받은 계약서를 보관하기 위해 20평 정도의 서고가 필요했다. 지금은 모든 프로세스를 전자화해 공간 제약이 거의 없다"

"감사나 세무조사에 제출할 서류를 스캔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 프린터가 과열돼 장치를 식히는 시간도 엄청났다. 제출 서류량이 방대하다 보니 국세청에서도 많이 도와줬던 기억이 있다. 현재는 전자문서화된 파일형태로 제출한다. 시간, 공간, 보안 모든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ㅡ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자각한 계기가 있나. 

"개인금융 대출자 계약서 작성 업무를 점검한 적이 있다. 당시 서류를 종이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보안상 허점들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계약서 작성과 사후 관리 프로세스 전체를 전자문서로 전환해 운영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ㅡ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효율성 개선도 클 것 같은데.

"업무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일환으로 개인대출 채권 매각자료를 모두 전산화하니 우선 오류가 크게 줄었다. 또 중장비 할부 리스 등을 주로 취급하는 커머셜금융 담보자산 근저당 등록 업무를 수동 처리에서 온라인 등기로 전환하니 처리시간도 단축되고 종이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

"특히 차주의 재무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차주 재무정보는 신용정보사를 통해 하나하나 조회해야 하는데, 많게는 수만 건에 달하는 단순 반복 작업이다. 이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획기적으로 작업 시간을 단축했다."

성과를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간략하게 수치로 보여줄 수 있나.

"지난해 기준 업무 처리 시간을 13만1337시간 단축했다. 영업 활동을 제외한 디지털 수준은 2021년 42%에서 2023년 말 95%로 상승했다. 종이 사용량을 25만장 줄였다. 30년생 원목 약 25그루를 보호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사내 디지털 현황을 설명하는 정태균 실장/ 애큐온캐피탈

ㅡ 고객들이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실감할만한 성과를 소개한다면.

"모기지 ODS(Mortgage Outdoor Sales, 외부영업)에서의 디지털 전환 실현 사례를 말하고 싶다. 모든 현장 영업과정을 태블릿 등 모바일로 자동화했다. 고객의 대출절차를 줄이고, 제출서류를 간소화해 결국 처리 시간을 전반적으로 단축한 경우다" 

"고객들은 빠른 시간 내에 대출 결과를 받고 싶어 한다. 자동화된 응답이 바로 나가줘야 한다. 예를 들어 대출 한도가 얼마 정도 나오는지, 실제 확정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빠른 결과값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모기지 대출 신청부터 심사, 송금까지 처리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존 3일 이상 걸리던 시간이 이제는 2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영업 현장에서 모기지 ODS를 사용하는 비율도 2022년 10% 수준에서 1년 만에 99.3%로 상승했다"

ㅡ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프로세스 자동화도 필요해 보인다. 

"그 부분이 쉽지 않다. 회사가 커머셜금융을 주력으로 하다 보니 기업금융 계약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디지털 전환이 효과를 내려면 반복적인 요소들이 많아야 한다. 기업금융의 경우 회사별 사정이 다르다 보니 계약별 조건 천차만별이다. 이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녹이는 게 어렵다. 내부 심사 자료를 보완하는 업무 등 간단한 실무에는 적용할 계획이 있지만, 당장 큰 업무에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다"

ㅡ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디테일이다. 디지털 전환은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여러 방면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가령 대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내부 업무효율을 어떻게 향상 것인지 각각의 디테일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테일한 부분을 타깃으로 정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ㅡ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편리하지만, 결국엔 보안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ㅡ 애큐온의 보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금융 IT 환경 변화와 새로운 보안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복원력(Cyber Resilience)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계약서류 전자화시 우리 나름의 정보 보안 분류 체계에 따라 위험을 식별하고 보호 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기존 애큐온저축은행에서 정보보안 업무를 맡아온 정태균 실장은 급속한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보안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안이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애큐온캐피탈

ㅡ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부터 3년간 미래 경쟁력 확보와 생산성 증대,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설정했다. 올해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커머셜 금융과 PI/RPA 고도화 등 과제를 추진하려 한다.

2025년에는 비즈니스와 디지털이 융합된 서비스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2027년부터는 AI 기반 전자금융 채널, 비즈니스 자동화, 콜센터, 보안관제 등 비즈니스 효율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테일이 강한 디지털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디지털 비전하에 혁신적 고객 경험 제공, 디지털 신기술 내재화, 디지털 기반 신 사업 추진 등의 핵심 가치를 추진해 나가겠다"

☞정태균 실장은

1994년 애큐온저축은행에 입사한 이후 조직의 전산업무, 정보보호업무 등을 담당했다. 애큐온캐피탈에서는 2021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주로 IT시스템 고도화 작업과 보안 프로세스 체계화 및 보안 솔루션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고, 정보보안 및 디지털 혁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