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기, 특정 대상 노린 '돼지 도살 스캠' 늘었다

미얀마의 KK파크, 소셜미디어 계정 악용해 올해 1억달러 수익 거둬 

2024-08-30     원재연 기자

가상자산 스캠(사기) 범죄자들이 기존의 전형적인 폰지 사기에서 벗어나 특정 대상을 겨냥해 단기 고수익 공격으로 전환하는 등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체이널리시스

30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5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피해액을 기록한 스캠 중 '돼지 도살 스캠(Pig Butchering Scam)'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도살 스캠은 가해자가 허위 투자 등으로 신뢰를 쌓아 피해자를 '살찌운' 다음 거액을 가로채는 방식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하듯이, 피해자들을 현혹해 불린 돈을 가로챈다.

처음에는 공격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한다. 조금씩 피해자들이 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수익금을 돌려주기도 한다. 피해자가 ‘이번 투자는 확실하다’는 확신을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라미드와 폰지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올해 범죄 유행의 특징을 보면 새로 활성화된 지갑을 통해 유입된 피해액 비율이 높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스캠이 급증하고 있다는 신호로, 올해 발생한 스캠의 43%가 올해 활성화된 지갑을 통해 유입됐다. 두 번째로 유입 비율이 높았던 연도인 2022년은 29.9%수준이었다. 

또 올해 스캠 활동의 57%는 2024년 이전에 활성화된 지갑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의 상당 부분이 미얀마의 악명 높은 돼지 도살 스캠 시설인 KK 파크(KK Park)와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게 체이널리시스의 분석이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운영된 이 조직은 올해 1억달러(약 13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KK파크는 특히 수 백만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악용해 스캠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지난 2년 동안 약 52만 5000개에서 210만개의 프로필을 확보하기 위해 약 1050만달러(약 140억원)의 가상자산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러한 성장의 정확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온체인 증거에 따르면 이러한 네트워크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의 지갑은 작년에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