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에 날 세운 리플 CEO “승소했지만, IPO는 추진 안해”

"미국, 여전히 가상자산에 적대적"

2024-09-04     원재연 기자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XRP) 최고경영자가 미국의 규제 환경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가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XRP) 최고경영자가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4(KBW 2024)’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원재연 기자

갈링하우스는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4(KBW 2024)’에서 대담자로 참석해 “SEC는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 기관인데, 많은 사람들, 심지어 SEC조차도 이를 잊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리플(XRP)은 시가총액 상위 7위 규모의 국경 간 결제를 위한 가상자산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가상자산 중 하나다. 지난 2020년부터 증권성 여부를 두고 SEC와 소송전을 벌여왔으며, 뉴욕 재판부는 약 4년만인 지난달 리플랩스가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갈링하우스는 “요즘들어 SEC는 돈을 잃은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냥 무언가를 공격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된 것이며, SEC 의장인 개리 겐슬러는 건전한 정책보다 본인 권력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게리 갠슬러가 SEC를 맡은지 3년 정도 되었을 때 , 그는 가상자산 관련 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는 대신 더 많은 변호인을 고용해 업계 관계자들을 고소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며 “이는 건전한 규제와 정책을 만드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갈링하우스는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대하는 SEC와 달리,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는 명확한 규칙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다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와 같이 명료한 규제 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기준 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며 “지난 7월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는 ‘Fit(Financial Inclusion) 21 Act’가 통과되며 마침내 입법적 명확성을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SEC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며 리플사가 미국에서 IPO를 추진할 것이란 시선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와 관련해 “소송에서는 우리가 승리했지만, 현실은 미국 정부가 여전히 가상자산 전반에 대해 적대적이다”며 미국에서의 상장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갈링하우스는 “SEC는 코인베이스가 미국에서 상장하는걸 승인해놓고 지금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리플도) 언젠가는 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미국에서 상장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리 갠슬러는 ‘디지털 자산 증권’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런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그는 ‘미국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은 모두 감옥에 있거나, 가려고 하거나, 송환될 예정이다’고 말했다”며 “이는 산업에 대한 객관적인 견해도 아니며, 업계에 대한 명예훼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갈링하우스는 “우리가 추진하는 국경 간 결제를 위해 은행들, 결제업체들과 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또한 많은 금융기관이 얽혀있고, 결제 서비스라는 민감한 주제기 때문에 항상 규제기관이 제시하는 규정 준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플사는 하반기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달러를 담보로한 RUSD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