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끝났나' 시장 불안에…새 투자처 찾는 가상자산 투자자들

비트코인 투기적 수요 줄고, 스테이블코인 보유 늘어

2024-09-12     원재연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는 가운데 거래량도 올초 고점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떠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최근까지 가상자산 거래량(분홍색 막대 그래프)과 시가총액(선 그래프) 추이 / 라이브코인와치

12일 시장정보업체 라이브코인와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조금씩 늘어나던 가상자산 거래량은 비트코인 현물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직후 였던 지난 3월 한 때 일 거래액 2650억달러(약 355조원)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4월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이렇다 할 호재 없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함께 전체 거래량 역시 조금씩 줄어들었다. 4월 한 때 493억달러(약 66조원)까지 빠지며 3월 최고치 대비 5분의 1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5월과 6월 역시 마운트곡스 물량 상환과 독일 정부의 비트코인 매도 이슈 등으로 1000억달러(약 133조원)안팎을 맴돌았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돌발 발언으로 일시적인 거래량 급증이 나타났다. 피격 이후 지지율이 껑충 뛰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지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자, 거래액이 8월 초 하루 최대 1884억달러까지 늘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거래량 반등이었을 뿐, 미국 고용지표 악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며 거래량 역시 다시 이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이제는 하루 평균 600억달러 선에 맴돌고 있다. 11일 기준 거래규모는 688억달러 선으로, 여전히 연초의 거래규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 부진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월 9000만원선을 재돌파한 이후 별다른 반등 없이 조금씩 계속 흘러내리고 있다. 12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7808만원으로, 7월 대비 약 15% 떨어졌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8월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됨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적으로 투심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관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줄어들고 있다. 트레이딩뷰 닷컴 기준 비트코인 현물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1월 출시 이후 2월부터 5월까지 하루 평균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 정도 거래됐지만. 6월이 지나면서 6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10일의 경우, 거래량이 7억달러(약 9300억원) 수준까지 빠져 올 들어 세 번재로 적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시장 조사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의 수요 감소로 투기적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거래소인 디파이(Defi)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상자산 정보제공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ama)에 따르면 전체 디파이 예치금액인 TVL(Total Locked Value)은 지난 1월 560억달러에서 지난 7월 1060억달러 수준까지 늘었으나, 지난달에는 880억달러, 이달 780억달러로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불안정안 시장 상황이 계속되자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자산에 가치가 고정되어 있어 가격 변동에 취약한 다른 가상자산들과 달리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 더블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더리움(ETH)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1조4600억달러(약 1954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거래량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역시 지난달 이후 투자자들의 보유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인다. 투자자들이 강세장을 대비해 자금을 보유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하나, 불안정안 시장 상황이 계속된다면 잔고 증가가 실제 매수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승화 팀장은 “USDT 및 USDC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연초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순 없으나 가상자산 시장 조정과 별개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채택이 증대되고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