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부채비율 반등 조짐 경계… 금리인하 신중 신호?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2024-09-12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경계했다. 가계부채 안정 없이는 기준금리 인하도 어렵다는 뜻이다.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전경 /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2.1%로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OECD 31개국(평균 60.1%) 중 4번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이후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다시 높아진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월 5~6조원 증가하면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높아진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과거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늘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수급상황과 금융여건, 거시건전성 규제 등의 측면에서 유사한점이 많다고 봤다. 

200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기는 ▲2001~2003년 ▲2005~2008년 ▲2015~2018년 ▲2020~2021년 등 총 네 차례다. 이 때 주택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과거 확장기는 대체로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적인 상황에서 시작됐다”며 “최근에도 서울의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아파트 기피에 따라 수급불균형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 정책금융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낮은 전세가율로 인해 전세 등을 활용한 갭투자 비중이 아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진작 효과는 제한적인 가운데 주택가격이 소득 등과 괴리가 커질 경우 향후 조정과정에서 금융‧경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계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소비를 제약하는 원리금상환비율(DSR) 임계치는 47% 수준이다. 이 수준을 상회하는 가계 비중이 2013년 5.1%에서 2023년 12.2%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 불활실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최근의 확장세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오는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이를 경계한 것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