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에 한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정부는 불안 다잡기(종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이 한은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정부와 한은은 불안 다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19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기존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인하했다. 2022년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4년만이다.
한은은 이번 회의 결과에 관해 “연준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추고 실업률 예상치를 높였다”며 “정책금리 전망치도 시장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봇(Pivot)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미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하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물가 안정이 한은의 전망대로 흘러가고 있는 점도 주요 근거다.
다만 폭증한 가계대출이 관건이다. 최근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집값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 때문에 금융안정이 불안한 상태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융 안정 역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임을 밝힌 바 있다. 섣부른 금리 인하로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금리 인하를 바라는 모양새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대통령실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내린 만큼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부채와 집값 잡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팬데믹 대응 과정의 유동성 과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충격이 중첩되며 촉발됐던 글로벌 복합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PF 등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가계대출은 주택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9월부터 시행된 정책 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계기관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들이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의 빅컷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인보다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업종 실적 우려에 외국인이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일 대비 0.5원 내린 1329.0원에 마감하며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금리 인하 배경이 된 미국의 불안한 경기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