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위해 몸집 불린 케이뱅크, 상장일 받고 보니 겹겹이 악재
가계 대출 억제 조짐, 높은 업비트 의존도 부담 美 빅컷 불구, 찔끔 오른 국내증시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 심사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IPO(기업공개) 일정에 들어갔다. 그동안 외형 확장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거나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내놓는 등,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동안 몸집 불리기를 위해 했던 활동들이 되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나름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맞았지만 경기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어 흥행성공에 노란불이 켜진 상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초 입출금통장인 ‘생활통장’의 금리를 2%에서 0.1%로 인하했다. 지난해 8월 출시 당시 3%(300만원 이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새 이자를 30분의 1이나 깎아버린 셈이 됐다.
생활통장은 출시 5개월 만에 100만명의 고객 몰이에 성공한 케이뱅크 대표 상품이다. 출시 당시 3% 금리를 적용하면, 300만원을 넣어둘 시 매달 약 7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상품 금리는 지난 4월에도 시중금리 인하를 이유로 2%로 인하한 바 있다. 외형 성장에 적잖은 기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이에 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입출금통장의 금리는 기본 0.1%기 때문에 (생활통장도) 입출금통장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자 한 것”이라며 “대신 입출금 때마다 즉시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별 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슈 몰이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대표적인 사례 중 또 하나로 올 상반기 출시한 ‘10% 금리 적금’을 들 수 있다. 첫 1만좌 모집이 하루 만에 마감되는 등, 일단 입소문을 타는데는 성공했다. 결국 4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10% 금리는 6개월만 적용되는 등, 미끼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케이뱅크가 3대 인터넷 은행 중 하나로 자리 잡는데 큰 기여를 한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도 이제는 부담이다. 의존도가 너무 과도한 것이란 우려에서다. 업비트 예치금 잔액이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케이뱅크의 하반기 순익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수신 잔액이 최근 3개월새 2조원 넘게 줄었다. 가상자산 거래량 감소로 업비트 예치금이 3조6000억원대까지 줄어들어 직전 분기 6조원에 비해 40%가량 감소한 탓이다.
설상가상 보관 비용은 더 커졌다. 지난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료 지급’이 의무화됨에 따라 예치금 이용료율이 기존 0.1%에서 2.1%로 20배 이상 올랐다. 케이뱅크 측은 “업비트와 함께 예치금 이용료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케이뱅크를 비롯한 시중은행들의 주된 이자 수익원이 돼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성장이 한계를 맞았다는 점도 힘에 부친다.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중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
케이뱅크는 급한대로 지난 9일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10억원 한도 제한을 없애며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5000만원 초과분의 금리 역시 연 2.3%에서 3%로 인상했다.
케이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22년 상장 예심을 통과할 당시에는 7조원 수준을 내다봤다는 점과 비교하면 눈높이를 다소 낮춘 셈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인 9500원~1만2000원으로 미뤄봤을 때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원에 그친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내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마지막 변수는 증시상황인데, 추석 연휴 이후로만 보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함에 따라 오는 10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는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 0.7% 오르는 데 그쳐 미국 S&P500지수 상승 폭 1.6%의 절반도 안돼 흥행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 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IPO 전문가는 “파킹통장 등 수신상품 확대는 IPO를 위한 몸집 불리기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며 “(케이뱅크는) 상장 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약하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