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립멤버·첫 여성 수장' 권명숙 사장, 인텔코리아 떠난다
실적 악화에 따른 본사 위기에 희망퇴직 신청
10년간 인텔코리아를 이끈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이달 말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 사장은 인텔코리아 설립 이후 최초로 선임된 여성 사장으로 회사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인텔코리아는 현재 후임자를 내정한 상태로 30일쯤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 사장의 퇴임은 올해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의 실적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지사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인텔 본사는 위기극복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 감원과 배당금 삭감, 비용 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6일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권명숙 사장은 이달 말 퇴임할 예정이다. 인텔코리아 창립 멤버인 권 사장은 2015년 3월 첫 여성 사장으로 선임돼 10년째 CEO직을 수행해왔다.
권 사장은 본사인 미국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등 칩과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한국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한국지사의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렸다.
그런 권 사장의 퇴임은 인텔의 급격한 실적 악화가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인텔은 올해 실적 부진으로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인텔코리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텔이 희망 퇴직을 진행하는 가운데 권명숙 대표가 손을 먼저 든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인텔코리아 내부에서 아직 희망퇴직 인원 정리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인텔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권 사장이 대표로 부임했던 해에 인텔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3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후 2020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익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성장을 지속해 2022년엔 약 228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2023년부터 인텔은 주력 사업인 PC와 서버 CPU 시장에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 지사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인텔의 순이익은 8억5400만달러(약 1조1820억원)로 2021년 대비 73% 급감했는데 인텔코리아도 2023년 영업이익이 162억원대로 떨어졌다.
위기는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인텔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28억3000만달러(약 17조원), 순손실 16억1000만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전망도 매출액 125억~135억달러(약 16조~18조원)로 시장 예상치를 밑돈다.
인텔이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이 진행하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실적 악화의 주범인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독일·폴란드 공장 건설도 중단하는 등 재무 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인사에 변동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권명숙 대표의 후임자 선임은 완료됐으며 이달 30일쯤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