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65종으로 엿본 미래 모빌리티”… 현대모비스 ‘2024 R&D 테크데이’ [르포]
아무에게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공간. 마치 미지의 세계와 같던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의 문이 활짝 열렸다. 두터운 철문 너머에는 차세대 전동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현대모비스 의왕 전동화 연구동이 새롭게 들어서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에서 ‘2024 R&D 테크데이’를 열고 국내 주요 언론사를 초정했다. 그곳에는 현대모비스가 향후 2~3년 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모빌리티 신기술 65종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의 R&D 테크데이는 격년 단위로 연구개발 성과를 모아 고객사에만 선보이던 일종의 내부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외부에도 기술 개발 성과를 공개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진행된 장소가 눈길을 끌었다. 처음 공개된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은 차세대 전동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시설로 지난해 말 준공됐다. 이곳은 연구개발을 포함해 시험과 평가, 품질 분석 등 전동화 핵심 부품 개발이 이뤄지는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이현섭 현대모비스 커뮤니케이션실 이현섭 상무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현섭 상무는 “현대모비스 R&D 테크데이는 협력사 및 그룹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모비스의 신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다”며 “현대모비스의 차세대 전동화 기술은 물론 각종 선행 기술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영국 전동화엔지니어링실장 상무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영국 상무는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8년 아반떼 하이브리드 부품 개발을 시작으로 전동화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다”며 “향후 현대모비스는 확보한 기술을 통해 로보틱스 및 에어모빌리티 등 전동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경쟁력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은 상태다”며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로서 글로벌 전동화 시장 선도를 위한 기술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영국 상무의 설명이 끝난 후 본격적인 R&D 테크데이 관람을 위해 연구동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R&D 테크데이는 ‘영감의 집합’이라는 뜻의 ‘Collective Inspiration’이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전장 ▲샤시 ▲선행·재료·디자인 ▲램프 ▲모듈 ▲안전 ▲전동화 등 총 7가지 섹션으로 구분됐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65개의 주요 핵심 기술이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이 중에는 15개의 세계 최초 기술도 포함됐다.
먼저 살펴본 섹션은 전장 부문이다. 이 곳에는 7가지 섹션 중 가장 많은 기술이 전시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퀀텀닷 로컬디밍 디스플레이’다. 이 기술은 내부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슬림하고 높은 색 재현율을 통해 선명환 화질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선명함은 결정하는 것은 크게 밝기, 색 재현율, 콘트라스트 비율 등으로 나눠진다. 해당 기술의 경우 선명함을 높이기 위해 색 재현율 100%를 달성했으며 콘트라스트 비율은 10만:1 이상이다. 또 밝기는 1000칸델라 매 제곱미터(cd/㎡) 수준이다. 실제로 전시된 화면을 직접 살펴봤을 때 가정용 QLED TV 수준으로 선명했다.
또 ‘스위치블 프라이버시 모드 디스플레이(Switchable Privacy Mode Display)’ 역시 눈에 띄었다. 이 기술은 시야각 제어 기술을 적용한 프로트 패신저 디스플레이다. 쉽게 말해 보는 각도에 따라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술이다.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법규에 따라 운전석에서는 화면이 보이는 것이 금지된다. 해당 기술은 이를 위한 것으로 45도 각도에서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현재 상용화된 조수석 디스플레이의 경우 별도의 필름을 덧대 선명도가 떨어지는 데 해당 기술은 필름이 아닌 LCD 화면의 기술을 적용해 선명도가 매우 높았다.
이 외에도 ▲Immersive 3D 디스플레이 ▲FoD 서비스 ▲고성능 이미지 전방 레이더 ▲기반 코너 레이더 ▲기반 전방 레이더 등 총 15가지 기술이 소개됐다.
샤시 부문에서는 BNA를 적용한 대조향각 리어 휠 조향 시스템이 이목을 끌었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BNA를 적용한 것으로 볼스크류 타입으로 조향각을 극대화하고 효율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기종 후륜 조향 시스템은 리드스크류 타입으로 리어 휠 조향각이 10도인데 비해 이 시스템은 최대 35도까지 조향이 가능하다.
안전 부문에서는 차세대 모빌리티 환경을 고려한 기술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 에 따라 확대된 실내 공간을 대응하기 위해 시트 위치에 따라 능동적으로 에어백의 길이가 조절되는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또 후석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1열 시트 뒷부분에서 전개되는 에어백도 소개됐다.
아울러 미래차 대응 승객 안전 기술 로드맵을 비롯해 북미 신경사 충돌 및 릴렉스 착좌 대응 동승석 에어백 등도 선보였다.
램프 부문에서는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안전과 원가 경쟁력 등을 확보한 신기술 6종이 소개됐고 모듈 부문에서는 경량화와 승차감, 내구성 등을 향상한 서스펜션 부품을 비롯해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적용 암 커버 ▲일체형 크래시패드 ▲인테리어 조명 콘셉트 ▲인테리어 무드 조명 통합 제어기 등이 전시됐다.
선행·재료·디자인 부문에서는 지난 CES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e-코너 시스템이 전시됐으며 3D 패턴 프론트 그릴라이팅, 공력 개선형 라이팅 모듈 디자인 등 6종의 선행 기술이 소개됐다.
아울러 전동화 부문에서는 고전력밀도 및 충전용량을 증대해 편의성을 높인 22킬로와트(kW) 양방향 ICCU와 미래 모빌리티에 대응하기 위한 직접 구동 인휠 모터, 소상용 e-Beam 시스템이 공개됐다.
이번 R&D 테크데이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종 신기술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 인력 충원 등을 통해 이룬 성과이자 현대모비스가 나아갈 방향,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