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전기차 美 협력 강화·中 완전 배제하지 않아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KAIT 강연… “기술 자립 강화해야”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이 "한국은 미중 기술경쟁 틈바구니 속에 있다"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미국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 시장 접근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균형적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10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최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로얄챔버에서 열린 제4차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포괄안보 전망(경제 및 기술안보, 미국 대선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전 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가까운 우방국에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통한 안정성 확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6세대(6G) 이동통신, 반도체 등 미래 기술 자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관 협력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기술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사이버 안보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국가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는 능력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미중 사이에서 정보 보안과 데이터 규제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미중에서 수집하는 데이터 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서 논의되는 데이터 보호 협력에 참여해야 한다. 국제적 규범과 기준에 맞는 데이터 보호 원칙을 설정해 자국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안보 개념이 기술경쟁으로 확장하면서 미국은 수출통제, 보조금, 투자제한 정책 등 주요 통상 및 산업정책을 통해 기술패권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는 곧 경제안보 경쟁의 심화를 뜻한다.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이전을 막는 게 미국의 최우선 과제다"며 "반면 중국은 기술독립 강화, 미국 이외 국가들과의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내수 시장 확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법적 대응, 외국 기술 인재 유치, 기술 도입을 위한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적 '기술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미국 전략경쟁의 중심에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 우위 확보 경쟁이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희토류, 에너지 자원과 같은 전략적 차원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