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역행 은행 주담대 금리… 가계부채 억제방침에 '우상향'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등 이번주 주담대 금리 올려

2024-10-15     김경아 기자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이미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한 뒤, 오름세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이어지는 상황이라 은행 입장에서는 시장금리를 거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 초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대출 광고 모습. / 뉴스1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이번주부터 주담대 금리를 높게는 0.25%포인트까지 인상한다. 혼합(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인상을 시작한 지 3년 2개월 만에 긴축 기조를 마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등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채·코픽스 등 시장금리가 떨어질 때마저도 가산금리를 더하며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7~8월 두 달간 주담대 금리를 22차례나 인상했다.

한은 금통위 결정 직후 금융당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확대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라며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모든 감독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지난 6개월간 꾸준히 늘고 있다.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7000억원 ▲9월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9~5.78% 선이다. 약 3개월 전과 비교해 하단이 1.1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하단 역시 같은 기간 0.75%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대출이 늘어나면 이 또한 은행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겠냐”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금리는 이미 10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했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0월 한 차례 인하됐지만 시장금리는 이를 이미 반영한 상태이므로 대출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며 “가계대출 취급 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 총대출은 5%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