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재수도 결국 실패… 고평가 논란에 투자자 외면
18일 공모가 확정 못하고 연기 발표 공모가 하단인 9500원보다 낮춰야 하는 상황… 결국 연기하기로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 케이뱅크가 또다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연기했다.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기관들이 투자를 꺼린 탓이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상장 과정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가뜩이나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18일 오후 케이뱅크는 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애초 이날 공모가를 확정하고 21~22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케이뱅크의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원~1만2000원이었다.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을 적용하면 공모금액은 9840억원, 시가총액은 5조원으로 추산돼, 하반기 공모주 시장 ‘최대어’로 꼽히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마감 전날인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는 거버넌스 관련 리스크에서 상당히 자유롭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우려 때문에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 제한이 있지만, 케이뱅크는 기업금융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16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케이뱅크 IPO 주관사들은 희망공모가 최하단(9500원)보다 낮은 8500원 수준으로 공모가를 낮추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요예측 부진의 원인으로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꼽힌다. 케이뱅크는 총 8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는데, 이중 절반이 구주매출이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꺼린다.
지난 15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도 ‘공모 물량의 50%가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 가능성이 높은 구주매출인 데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물량이 37%라,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이 우려된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준형 케이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페이나 크래프톤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유통 가능 주식이 40% 수준이었음에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며 “시장 추이로 봤을 때 케이뱅크는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며, 적정한 주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나치게 높게 잡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발목을 잡았다. 케이뱅크는 2.56배의 PBR 배수를 적용했다. 비교그룹에는 해외 인터넷은행인 SBI 스미신넷뱅크(2.96배), 뱅코프(3.11배)와 국내 은행인 카카오뱅크(1.62배)가 포함됐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케이뱅크의) 희망시총 기준 PBR은 1.69~2.13배로 국내 금융주 가운데서는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자이익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이상의 PBR 정당화를 위해서는 서비스형 뱅킹(BaaS) 성공모델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증권신고서 수리 여부도 리스크로 떠올랐다.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 비중 이슈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예치금 비중을) 계속 꾸준히 줄이려고 권유 지도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앞으로 (IPO) 진행 과정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면밀히 챙겨보도록 하겠다”며 “IPO 과정에서의 투자자 보호 이슈라든가 적정한 공시 이슈, 또 은행의 건전성이나 운영이 있으면 두 가지 (측면) 모두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다 열심히 챙겨보겠다”고 했다.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 2022년 9월에도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상장을 준비했지만, 이듬해 2월 증시 침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기업가치 저평가를 이유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이에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심사 기한이 내년 2월 28일까지인 점을 고려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8200만주에 달하는 공모물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전략을 세웠지만, 수요예측 결과 현재 공모구조로는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려워 보인다”며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