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자금 수혈 소용 없네… 인니 부코핀은행 부진에 속 타는 KB

3조 투입 불구, 2022년 적자만 8000억원… 작년 2천억대로 줄여

2024-10-25     한재희 기자

KB금융그룹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의 흑자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수년째 이어진 적자에 최근에는 전산시스템 개발 연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지난 3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은행이 이름을 뱅크 KB부코핀에서 KB뱅크로 변경했다./KB뱅크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장에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년 반 동안 경영 개선 관련해서 지금 매우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재무구조에서 많은 혁신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코핀은행이) 2026년도에 흑자 전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빠르게 해서 내년도에 흑자전환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진행된 국감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는 부실한 실사와 감독당국의 방기로 대규모 국부유출, 내부통제와 시스템의 붕괴, 데이터의 부실로 인한 전산시스템 오픈 연기, 협력업체 갑질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 총체적 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부코핀 은행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코핀은행은 이미 심각하게 보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이번 계기를 삼아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건과 업무위탁 건에 대해 잘 점검하고 별도로 상세히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코핀은행 인수와 투자 등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과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KB국민은행은 1131억원을 투자해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사들였다. 당시에도 부코핀은 부실 은행으로 분류돼 있었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고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최대 주주가 된 건 2020년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국민은행이 3000억원을 들여 지분을 67%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부코핀은행이 좀처럼 회생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1년 2725억원이던 적자가 2022년 802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2021년 3935억원, 지난해 7090억원을 투입했다. 지분투자 금액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투자금과 대출, 기타 유동성 지원 등을 합치면 투입 금액만 3조1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이는 국민은행 자기자본의 8% 수준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대표 디지털 플랫폼을 표방하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수기로 대출 이력 등을 기록하면서 부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으나 디지털 전환 시스템 오픈은 기약이 없다. 

KB금융은 최근 부코핀은행의 적자폭이 줄고 있어 이르면 내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순손실은 2612억원으로 전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순손실은 151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고정이하여신(NPL) 비중이 지난 6월말 기준 11.31%로 지난해 말 9.70%에서 상승해 여전히 부실 대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KB금융이 부코핀은행 정상화 등에 성공하면 회사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KB금융의 올해 3분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614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7.9%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의 예상 실적(1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실적이 뒷받침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지의 규제와 금융 시스템 문제 등의 해결되려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