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민원 줄었는데… 대출 조이기에 '내 이자 왜 이래' 불만 늘어
5대 은행 3분기 민원, 연말 대비 35% 줄어… 여신 관련 비중, 40%→52%로 껑충
은행권 전체 민원은 감소 추세지만 대출 등 여신 관련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시장금리 인하 분위기와는 달리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을 조이면서 한도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민원 건수는 218건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250건 대비 12.8% 줄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민원이 폭증했던 지난해 4분기 340건과 비교하면 35.9% 줄어들며 진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다만 대출 등 여신 관련 민원 비중은 지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여신 관련 민원이 100건을 돌파한 이후 4분기 연속 100건 이상을 기록 하고 있다. 민원 비중을 보면 지난해 4분기 40%에서 올해 1분기 50.7%, 2분기 50%, 3분기 51.8%로 절반을 넘겼다. 3분기까지 누적 여신 민원은 3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1건 보다 43.5% 증가했다.
여신 관련 민원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그 외 대출로 나뉜다. 그 외 대출에는 전세자금대출, 기업대출 등의 이슈가 포함된다. 주로 대출 금리나 한도, 대출 연장과 관련된 민원이 많다.
최근 여신 관련 민원이 증가한 것은 올해 상반기까지 고금리가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는 대출 금리가 오락가락한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8월부터 떨어졌지만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은행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고 이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하게 주문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등을 조정해 대출 줄이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담대는 물론 전세자금대출 등을 이용하려는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 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은 지난 9월 실수요자 대출 예외 조항 등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 은행이 총 22차례 금리를 조정하는 등 대출 조건이 수시로 바뀌면서 대출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돼 민원이 증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권 여신 관련 민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데다 대출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4분기 한시적으로 비대면 가계대출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달 초부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초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내달까지 한시적인 조치지만 모바일을 통해 대출 신청을 해왔던 고객들의 불편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영향으로 다른 은행에 대출이 쏠리게 되는 경우 다른 은행들 역시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서 대출 이용자들의 혼선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와 다르게 하반기부터 가계 대출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서 민여신 관련 민원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막히거나, 한도 감소 등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신 관련 민원이 더 늘어날 가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