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소비자 호도하는 보험사 절판마케팅
"보험사의 과당경쟁 기사가 나오면 또 뭔가 프로모션이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기자와 대화를 나눴던 한 보험사 영업 담당 직원의 말이다. 상품 보장을 과도하게 확대해 감독당국이 제재에 나선다는 얘기가 들리면 영업 현장에선 이를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경고 탓에 한도 축소가 불가피해졌으니 지금이라도 서둘러 막차에 탑승하라는 식이다.
현장에서 이같은 영업방식은 이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보장 축소, 상품 판매 중단 등, 마치 혜택이 많았던 보험 상품이 없어질 것처럼 소비자를 호도하며 보험 가입을 종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1인실 입원비를 과도하게 보장하는 영업방식을 지적하자, 많은 보험사들이 절판마케팅에 나섰다. '현재 1인실 입원일당으로 60만원을 보장하지만, 곧 30만원으로 보장한도를 축소한다'는 설명을 곁들이면서 말이다.
최근엔 무·저해지보험에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무·저해지보험은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보험 상품이다. 대신 보험료가 표준형 상품 대비 10~40% 가량 저렴하다.
해당 상품은 2015년 이후 손보사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해지율 산정 방식에 규제 칼날을 들이밀었다. 금융당국 규제로 보험사가 예상한 해지율보다 더 낮게 잡도록 회계 처리를 하게 되면서 내년 보험료가 오를 거란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영업현장에선 이를 악용해 "내년 새로 출시되는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가 기존보다 오를 것"이라고 운을 뗀다. 같은 보장이라도 보험료가 더 비싸질 테니 지금 가입하는 것이 적기라는 논리다. 내년 역대급 절판마케팅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절판마케팅이 먹힌다는 거다.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면, 보험사들은 예정된 축소 일정을 어기면서까지 판매를 이어가곤 한다.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행위가 자연스레 지속되고 있다.
설계사들도 본사의 절판마케팅 지침이 익숙하단 태도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이제는 하나의 영업 관행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요즘엔 과당경쟁 기사를 서로 돌려보며 어떤 상품이 절판될지, 유추해본다고 한다. 사전에 대비해 두겠다는 것이다.
물론 보장이 훌륭한 상품이 없어지기 전, 가입하는 것은 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절판 기간을 연장하면서 필요하지도 않는 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충동구매를 일으켜 불완전 판매의 단초가 된다. 보험료 상승도 불보듯뻔하다.
보험사 절판 마케팅을 언제까지나 '마케팅'의 한 영역이라 불러선 곤란하다. 보험사의 진정한 존재 가치는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안전판이 되어 줄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본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