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다 꾸려 놓고’… 시중은행, 제4인뱅 참여 신중 모드 왜?

2024-11-19     김경아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이달 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설립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시중은행은 컨소시엄 참여를 잠정 확정, 인력 구성까지 논의해 놓고 정작 합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당국의 지침이 나온 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주요 컨소시엄 현황 / 그래픽=김경아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후보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 내년 초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거쳐 상반기 중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출범을 선언한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더존뱅크 ▲유뱅크(U-Bank) ▲소소뱅크 ▲AMZ뱅크 등 다섯 곳이다. 시니어·외국인 포용금융까지 함께 내세운 유뱅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컨소시엄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인터넷은행 설립’이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현대해상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특히 유뱅크는 현대가(家) 3세인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가 설립을 주도하고 있어, 본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지만 당초 참여를 적극 검토했던 시중은행들은 다소 관망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합류를 공식화한 곳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의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더존비즈온과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신한은행은 더존뱅크 컨소시엄과 함께 인력 구성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합류를 발표하지 않았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또한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위해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공식적으로 (컨소시엄) 합류 소식을 발표하고 싶어도 금융위에서 구체적인 인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한다”며 “예비인가까지 마치면 은행 인력 파견에 속도가 붙겠으나, 인가 사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보수적으로 선회한데는 제4 인터넷은행 효과와 차별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은 대형 시중은행도 확대하고 있는 데다, 해당 대출만으로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영업점을 통한 대면 대출이 주가 된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 인가가 은행 산업 집중도 완화에는 다소 기여했지만 은행 산업 경쟁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기업·소상공인 특화 금융을 확대하고자 인터넷은행을 의무적으로 인가할 필요성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로 인해 인가 조건이 까다로워 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2년 만에 경영난을 맞으며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간 바 있다. 최근에도 기업공개(IPO)를 재차 연기하며 725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가에서는 대주주의 자금 조달 능력이 기본 요건으로 고려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관해 “(제4 인터넷은행) 기준이 마련되면 심사는 엄중하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인터넷 은행의 설립 취지에 대한 회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중은행의 선택에 고민을 더해 주고 있다.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당국 안팎에서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포용금융이라는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A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제안하는 등 제4 인터넷은행 방향에 대한 힌트를 줘왔다”면서도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이 발표됐을 때 당국과 반대되는 방향인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최선인) 상황”이라고 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