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과점 지적에 AI 신사업 ‘발목’… 속내 복잡한 이통3사
혁신 와중에 '레드오션' 통신 영역 지적 계속
국회에 이어 정부까지 통신 시장 과점 구조를 지적하면서 통신사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새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인공지능(AI) 혁신보다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통신 영역에 자꾸 발목을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점 혁파에 대한 국회와 정부 뜻이 확고해 이를 거스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현재 통신 시장이 통신3사 과점에 치우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점 구조가 장기간 고착화된 상황에서 시장의 전반적인 경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정체된 경쟁을 혁신하는 노력 또한 시대적인 과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한 2002년 1월 이후 굳어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 구도에 변혁을 요구한 것이다.
유 장관은 이 외에도 간담회 진행 과정에서 현재 통신3사 자회사가 대거 몰린 알뜰폰 시장 구조도 지적했다. 유 장관은 "알뜰폰이 실질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 통신3사 자회사 위주의 시장 구조 개선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통신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석권 문제는 이번 국회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사안이다.
국회에 이어 정부의 지적에 통신사 수장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했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통신사 입장에서 과점 구조 혁파는 곧 '제 살 깎기'와 같아서 앞으로 영업이익 감소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3분기 통신3사 본업인 통신 영역 정체가 더 뚜렷해지면서 '탈통신' 핵심 축인 AI 영역 수익화에 보다 빠르게 매진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올해 3분기 이동통신(MNO)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2만9389원으로 전년 동기(2만9917원)보다 528원 떨어졌다. KT의 3분기 MNO 기준(사물인터넷 제외) ARPU는 3만4560원으로 전년 동기(3만3838원)보다 722원 낮아졌다. LG유플러스 역시 3분기 MNO 기준(사물인터넷 포함) ARPU는 2만3526원으로 전년 동기(2만8326원)보다 4800원 떨어졌다.
결국 통신사로서는 제대로 된 AI 혁신을 하기도 전에 점점 돈이 안 되는 통신 영역 내실화에 대한 잇따른 지적으로 머리가 아픈 꼴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점유율 규제를 하고 싶을 것이다"며 "알뜰폰 시장의 경우 통신사 계열사, 대기업 계열사, 금융권 등을 합쳐 규제하는 방식을 과기정통부가 지지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법제화로 풀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와 실무적으로 충분히 소통하면서 이번 간담회를 열었다"며 계속 소통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