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IBM ‘퀀텀 시스템 원’ 양자컴퓨터 도입… “국내 첫번째, 세계 6번째”

연세대학교-IBM, 127큐비트 규모 ‘퀀텀 시스템 원’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설치 IBM 양자컴퓨터 설치된 다섯 번째 국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가장 강력한 수준” 연세대학교, 양자컴퓨터 도입 계기로 ‘양자 문해력’ 높이기 위한 노력 본격화

2024-11-20     권용만 기자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고성능 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린다. 127큐비트 규모의 IBM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 양자컴퓨터가 연세대학교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설치됐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국가 단위로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조직 단위로는 여섯 번째이며 대학으로는 전 세계 중 두 번째로 IBM의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사례가 됐다. 

연세대학교와 IBM은 20일 인천 송도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IBM 퀀텀 시스템 원’ 양자컴퓨터를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IBM의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의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복잡한 연산에 있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을 입증해 과학적 도구로써의 유용성을 제공하는 ‘양자 유용성 단계’로 평가된다.

연세대학교는 이번 ‘퀀텀 시스템 원’ 도입을 계기로 한국의 ‘양자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와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학교는 인천광역시와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퀀텀 시스템 원’의 활용 지원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2025년 3월에는 창립 140주년 및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양자컴퓨팅콤플렉스’ 개소식도 예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에 처음 구축된 ‘IBM 퀀텀 시스템 원’ / 권용만 기자
표창희 IBM 퀀텀 사업본부장 / 권용만 기자

‘양자 유용성 단계’를 달성한 ‘IBM 퀀텀 시스템 원’

이번에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은 국내 최초이자 미국과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한국에 설치됐다. ‘대학’ 단위로는 전 세계 대학 중 두 번째이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 설치된 시스템으로는 최고 수준의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도입 과정은 2021년부터 시작해 2022년 7월 본 계약을 체결했다. 시스템 설치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약 12주에 걸쳐 진행됐다. 이 ‘퀀텀 시스템 원’은 IBM의 자산으로 연세대학교에 사용 권한이 제공됐다. IBM이 시스템 사용을 위한 전담 기술팀을 지원하며 연세대학교는 연 단위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

표창희 IBM 퀀텀 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의 반도체 기반과 양자 기반 컴퓨터의 차이에 대해 “전통적인 시스템은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때로는 느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의 경우는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할 수준의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제공한다. 흡사 자동차와 비행기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IBM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의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연세대 네트워크의 연구자, 학생, 조직 및 파트너들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성 단계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양자 유용성’ 단계는 양자 컴퓨터가 복잡한 연산에 있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을 입증해 과학적 도구로의 유용성을 제공하는 단계다. 

다음 단계로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팅 방식을 능가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는 ‘양자 우위’ 단계가 꼽힌다. ‘양자 우위’ 단계에는 양자 연산이 기존의 무차별 대입이나 근사치 계산 방식을 뛰어넘는 실질적 이점을 제공한다. 기존 컴퓨팅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며 정확한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M은 장기적으로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전통적 컴퓨터를 ‘보완’하는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IBM이 비전으로 제시하는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은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를 통합해 복잡한 문제를 고성능 소프트웨어로 쉽게 분리하고, 가장 적합한 아키텍처로 알고리즘의 각 부분을 나누어 해결한 후, 결과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형 접근법이다. 

표창희 상무는 “양자 우위 단계는 양자 컴퓨터가 고전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향후 3년 내 양자 우위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 때는 양자 컴퓨터가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는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다. IBM은 2023년 양자 오류 완화 기술을 발표했고 올해는 2029년을 목표로 오류 수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오류 수정 가능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산업 전반에서의 양자컴퓨터 활용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 / 권용만 기자

IBM의 ‘퀀텀 시스템 원’은 양자 연산을 위해 초전도 현상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절대영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퀀텀 시스템 원의 냉각 시스템은 이를 몇 단계로 나누어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를 구현하는데 전력 소비량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고 언급됐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장은 ‘IBM 퀀텀 시스템 원’에 대해 “양자컴퓨터에서는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 유지 시간이 계산 시간보다는 길어야 한다. 그 시간이 초전도체 기반에서는 100마이크로초(us, 100만분의 1) 정도인데 양자컴퓨터의 작업당 계산 시간은 나노초(ns, 10억분의 1초) 단위다. 퀀텀 시스템 원은 기대 수준의 성능지표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에러율도 기준보다는 훨씬 낮은 상태다. 초전도체 기반 시스템의 성능 지표로는 우수한 편이다. 양자 결맞음 시간을 밀리초(ms,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높이는 것은 업계의 과제다”라고 평했다.

김재완 연세대학교 양자정보기술연구원장은 양자 컴퓨터에 대해 “양자컴퓨터의 경우 시설 자체는 상시 운영되고 온도는 절대영도에 가깝게 유지된다. 마이크로초 단위의 양자결맞음 유지 시간동안 수백 개의 나노초 단위 작업을 할 수 있다.  한 개의 작업에서도 수백~수천번 실행으로 결과를 통계화해 에러를 보정한다. 양자결맞음이 깨지는 시점에서는 양자 상태를 모두 초기화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작업 단위는 일정 수준으로 나눠야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상시 가동’인 점이 특징이다.

정재호 단장은 “40~50큐빗 정도는 현재의 전통적인 컴퓨팅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으로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양자컴퓨터의 경우 ‘50큐빗’을 넘는 게 일차적 목표로 꼽힌다. 100큐빗을 넘으면 이제 슈퍼컴퓨터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이론을 넘어선 상용, 범용 수준이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의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윤동섭 연세대학교 총장 / 권용만 기자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단장 / 권용만 기자

연세대학교, 양자컴퓨터 도입으로 국가의 ‘양자 문해력’ 높인다

윤동섭 연세대학교 총장은 이번 행사에서 “연세대학교와 IBM은 2021년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양자 컴퓨터 도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 양자 컴퓨터의 설치 뿐만 아니라 양자 연구와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기 위해 양자사업단을 신설했고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양자 문해력을 높이고 양자 컴퓨터의 활용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단장은 이 자리에서 “연세대학교는 1961년 국내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 ‘연세101’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양자 컴퓨터를 도입했다”며 “미래의 핵심 원천기술이자 기반 기술이 될 양자 컴퓨터에 대한 과감한 투자 결정이다”고 말했다.

연구와 교육 영역의 비전으로는 ‘양자 문해력’을 꼽았다. 정재호 단장은 “양자 컴퓨팅은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과 제대로 된 훈련을 통해 양자 문해력이 높은 인재들을 길러낼 때 본연의 도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는 양자 연구 및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기 위해 양자생태계운영센터, 양자컴퓨팅기술지원센터, 양자컴퓨팅센터를 포함하는 ‘양자사업단’을 신설했다. 양자 사업단은 향후 글로벌 협력기관 유치를 위한 연구 시설을 확충하고 IBM 자원을 활용한 양자 알고리즘 개발 지원 및 기술 프로젝트 자문, 양자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자료 개발과 워크숍, 세미나, 콘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지식 교류 활성화 및 양자기술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한편 연세대학교는 2025년 3월 연세대 창립 140주년 및 유네스코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양자 연구동을 포함한 ‘양자컴퓨팅콤플렉스’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재호 단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와도 파트너십 구축과 교류를 통해 양자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양자 산업화의 글로벌 거점으로 자리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세대학교는 산업현장 수요대응형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선정에 따라 산업계의 다양한 수요를 발굴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학위 과정 개설도 계획하고 있다. 산업 현장과 실생활에서도 양자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핵심 지원 산업군으로는 ‘바이오’가 꼽혔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학교는 인천광역시와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 개발의 일환으로 연세대학교와 IBM은 양자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바이오-퀀텀 이니셔티브’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자 컴퓨터 활용을 위한 산학 협력 계획도 현재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 학교 내에도 10여개 워킹 그룹이 구성돼 산업단 수요를 발굴하고 공동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