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발등 불 떨어진 중소형사, 금리인하 곡소리 [회계로 본 보험실적 ③]
푸본현대생명,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지급여력비율 두 자릿수 금리하락, 부정적 영향… 새 해지율 가이드라인도 악재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과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회계 지침 탓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악재가 겹친 셈인데, 특히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보험사들이 필수적으로 쌓아야 하는 요구자본이 늘어나게 됐다.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보험사 건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보험사 건전성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을 잣대로 삼는다. 킥스의 현행법상 의무 기준은 100%지만,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게 150%를 넘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보험사 중에는 해당 수치에 미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지난 상반기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를 보면 ▲푸본현대생명 10.3% ▲MG손해보험 36.5% ▲KDB생명 58.8% ▲ABL생명 104.7% ▲하나생명 111.7% 등 기준 이하 보험사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새롭게 도입된 회계제도(IFRS17)로 인해 일부 보험사가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해 ‘경과조치’라는 완충제를 깔아줬다. IFRS17 제도 시행전 발행했던 자본성증권도 사용 가능한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등의 조치다. 일종의 과도기를 넘기기 위한 장치임에도, 중소형보험사들은 여전히 경과조치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내년 킥스 요건을 충족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생보사 킥스는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악화된다. 자본여력이 약한 보험사의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맞추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현재의 돈이 미래의 돈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가치는 낮아지고 부채로 평가받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자본확충 부담도 늘어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상승해 자본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금리 인하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킥스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은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들 보험사들은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등 발행에 나서고 있다. 킥스를 높이려면 보험금 등 지급해야 하는 요구자본보다 가용가능한 자본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는 5조48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총액 3조1540억원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보험사 입장에선 악재다. 연말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과당경쟁 상품으로 지목된 생보사의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손보사의 무저해지 상품을 많이 팔수록 요구자본을 늘리는 방향의 킥스 개선안을 마련했다. 보험사들이 계약을 해지하면 돌려줘야 할 보험금이 적거나 없는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잡고 있다고 봐서다.
당국 지침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 결산부터는 지금보다 40%가량 덜 해지할 것으로 가정해 위험도를 높여야 한다. 보험사는 해지율이 낮아지는 만큼 미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날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 보험사 요구자본이 증가하면서 킥스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요인들로 인해 향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킥스가 낮은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하락과 당국 지침에 따라 킥스가 하락하면서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졌는데, 마땅한 방안이 없어 보험사들이 이자비용을 내면서까지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보험사일수록 발행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어 중소형보험사의 이자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