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목 잡힌 금융권… 멀어진 '알뜰폰 메기'의 꿈
금융권, 알뜰폰 규제 대상 포함… 시장 추가 진출 위축될 듯 은행 알뜰폰 진출 내심 반겼던 과기정통부… 국회 지적에 '난감'
국회가 알뜰폰 규제 대상에 이동통신 3사는 물론 금융권까지 포함시키면서 통신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금융권의 포부는 제대로 실현도 전에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해진 모양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월 이동통신사와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자회사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해 중소 알뜰폰사업자들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50%까지로 제한된 이동통신 3사 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규제대상에 금융권까지 추가하고 점유율을 약간 더 상향하는 안이다.
현재 이통3사 중 SK텔레콤(SKT)만 하나의 알뜰폰 자회사(SK텔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KT(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와 LG유플러스(미디어로그·LG헬로비전)는 각각 두 개씩 운영 중이다.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자회사로는 금융권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브랜드 '리브모바일'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내년 상반기에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현 의원은 "알뜰폰 시장의 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이통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며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을 필두로 시중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차례로 이루어지고 있는 등 거대 자본의 알뜰폰 시장 장악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온 사안이다. 금융권이 원가보다 낮은 요금제를 내세워 중소 알뜰폰 업체의 점유율을 뺏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별다른 대응 없이 알뜰폰 서비스를 조용히 준비해왔다.
주무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애초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올해 8월까지 적발된 대포폰 8만6000건 중 95%가 알뜰폰일 정도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허술한 보안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보안 기술을 가진 금융권의 진출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최근 국회가 적극 나서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금융권을 반겼던 과기정통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여러 정책을 펴는데 있어 입법 기관인 국회의 지적 사항을 아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11월 13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알뜰폰이 실질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 통신3사 자회사 위주의 시장 구조 개선에도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회가 60% 카드를 꺼내든 만큼 과기정통부도 이를 지지할 것 같은데, 법제화로 문제를 풀지 않겠느냐"며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이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표정 관리를 하는 상황이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알뜰폰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공식적인 멘트는 없다"며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제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 만큼 입법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논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