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M&A 물꼬트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은

2024-12-04     한재희 기자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OK저축은행 영업권 확대는 물론 자산 1위 저축은행으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업계에서는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업계 전체에 인수합병(M&A)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섰다. / OK금융그룹

4일 저축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 실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OK금융그룹은 증권사 등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그룹 주력 계열사인 저축은행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실사를 통해 상상인저축은행의 분야별 리스크를 체크하고 매각 가격 등 합의가 이뤄진다면 내년 상반기 M&A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가격이다. 지난해 상상인그룹은 우리금융지주와 상상인저축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사 시키지 못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제시한 매각가는 2500억원 수준으로 우리금융과 가격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이 제시하는 가격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1년간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영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누적 당기순손실은 658억원으로 1년 전 480억원 적자봐 더 커졌다.  

총 자산도 같은 기간 3조1993억원에서 2조7554억원으로 13.9% 줄었다. 보수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수신(2조4363억원)과 여신(1조8331억원)이 각각 12.5%, 27.8% 줄었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29%에서 22.27%로 악화했다. 업계에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를 넘어선 곳은 단 네 곳뿐이다. 그 사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34%에서 10.23%로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을수록, 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연체율도 나빠졌다. 지난해 3분기 12.70%에서 15.06%로 뛰어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연체율도 14.63%를 기록했다.

양사간 가격 협상이 수월하게 이뤄진다면 OK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새주인이 된다. OK금융은 기존 OK저축은행의 서울, 전라, 충정지역 영업권에 더해 경기‧인천 영업권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증권사 인수 등 후속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대부업을 정리하고 종합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해 증권사 인수 의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일각에서는 잠잠하던 저축은행 M&A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을 위해 지난해 저축은행 M&A 인가기준을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을 인수 합병했지만 이는 한화 계열사 간 인수 합병으로 업계 전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잠재 매물로 HB저축은행, OS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이 거론된다. 

OK금융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을 무조건 인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라며 “인수 조건 등이 맞다면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