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패닉셀’로 먹통된 가상자산 거래소…피해자 보상은?

거래소 "전쟁나도 월렛룸에 금고 설치해 피해 대비할 것"

2024-12-06     원재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런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 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극단적 변동성을 보이며 ‘패닉 셀(공황매도)’이 발생, 거래소 일시 마비 현상까지 빚어졌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켜 시장은 금새 안정을 찾았지만, 원하는 때에 거래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국내 거래소 이탈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접속 장애와 입출금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계엄 쇼크’라는 악재가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이며 투매에 나섰고, 보유 가상자산을 팔거나 출금하려는 투자자가 몰려 거래소 서버가 마비된 것이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에서 약 8800만원까지 떨어지며 역(逆) 김치 프리미엄이 최대 -50%가까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계엄 선포 직후 약 최소 약 1시간에서 3시간 가량 접속이 불가능했다. 해외 거래소나 타 가상자산 지갑으로의 전동도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업비트는 3일 오후 11시 15분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로 앱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후 약 1시간 후인 12시 32분 서비스 지연이 해소됐다. 빗썸 역시 비슷한 시간인 3일 오후 10시 38분경부터 접속자 급증으로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한 접속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후 약 3시간 뒤인 4일 오전 1시쯤 접속이 정상화됐다. 

급격한 시장 변동 상황에서 매매가 막힌 투자자들중 일부는 거래소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긴박한 상황에 접속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거래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고객도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홈페이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CS팀에 상담을 접수해 주시면 절차를 안내해 드리고 있다”며 “개별 고객의 피해 건을 심사하고 검토해 연락을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빗썸 역시 “당시 데이터와 거래 내역등을 살피고 피해 보상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국내 거래소의 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국내 투자자들이 규모가 큰 해외 거래소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로 해외 거래소 이용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국내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향후 전쟁, 자연재해 등 비슷한 위급 상황시 또 다시 전산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재난상황으로 전산 시스템 마비 시 대체사업장 마련 등을 위한 대응책이 갖춰져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각기 비상사태에 따른 대비책과 복구 방안 등을 마련해 준비 중이라 밝혔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는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업무가 중단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닥사(DAXA)의 가상자산 지갑 운영관리 모범사례 규정에 따라 월렛룸에 내화금고를 설치하고 백업용 주요 정보를 소산 보관하는 등 화재, 지진, 대형 재난 등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