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사흘새 11조 ‘증발’… 계엄으로 밸류업 재뿌린 尹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혀온 은행주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4대 은행주에서만 3일 만에 약 11조원이 증발했으며, 이들 종목 주가는 코스피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2조4000억원가량이 빠져나가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정국으로까지 이어진 만큼, 이 같은 불안정성은 한동안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2428.26에 마감했다. 전날에 비하면 0.56%,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기 직전인 12월 3일 종가(2500.10)와 비교하면 2.87% 하락한 수치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대표 수혜주로 꼽혀온 은행주는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4대 은행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급락을 거듭했다. ▲KB금융 15.7% ▲신한지주 9% ▲하나금융지주 7.88% ▲우리금융지주 5.87%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그대로 떠안았다.
이 때문에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3일 새 11조원 넘게 증발했다. ▲KB금융(6조2572억원) ▲신한금융(2조5676억원) ▲하나금융(1조4937억원) ▲우리금융(7501억원) 등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들과 비교해서도 눈에 띄는 하락세다. 같은 기간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소폭(1%) 올랐고, 자동차 대장주 현대차도 5.13% 내리는 등, 은행주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가 밤사이 진정된 직후인 4일부터 6일까지 3영업일 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 2조3702억원을 순매도했다. 세부적으로는 ▲KB금융 2224억4400만원 ▲신한지주 934억9500만원 ▲하나금융지주 400억원 ▲우리금융지주 143억2400원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조886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을 고려하면, 은행주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더욱 심각한 셈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밸류업 정책이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은행주들의 주가 급락은 비상계엄 발동 및 해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과 밸류업 정책 이행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밸류업 계획 발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IBK기업은행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 날인 지난 5일 배당 성향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진정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은행주가 쉽사리 반등하기 어려울 거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심화한 강달러(원화 약세) 현상과 극대화된 정치 불안정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커지며 일제히 약세를 보였는데, (특히) 금융주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영향이 컸다”며 “당분간 정치 불확실성에 증시 흐름이 연동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