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확실성 원화가치 급락… 금융권, 비상 대응체제 돌입

2024-12-09     한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탄핵 정국으로 흔들리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불발’까지 겹치며 외환시장 불안이 높아지면서 자금 공급 경색 우려가 커진데 따른 조치다. 외환시장 불안과 신인도 하락 등 녹록지 않은 상황 앞에서 금융사들은 건전성 방어 등 리스크 중심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5대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연합회장 등과 함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금융안정과 신뢰 회복을 당부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69포인트(0.56%) 하락한 2,428.16으로, 코스닥 지수는 9.61포인트(1.43%) 내린 661.33로 장을 마쳤다./뉴스1

 

외환시장 불안 고조… 환율 1450원대 급등 전망

탄핵 정국의 후폭풍이 거센 곳은 외환 시장이다.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원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개장 후부터 급등해 144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이 총력을 다해 방어하고 있지만 143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예상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및 환율의 변동성에는 향후 사태의 추가 확대 여부 및 장기화 여부가 중요하다”며 “2차 탄핵안은 오는 14일 표결 예정이고 매주 토요일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에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440~1450원 내에서 방어되는지가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탄핵 불발로 정국 불안정 이슈가 단발성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취약해진 것 같아”며 “대외적으로 강달러 환경이고 국내 수출과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1450원선 터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건전성 우려↑… 자본비율 관리 총력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회장(오른쪽),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시중 금융지주 회장들이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금융당국은 각 금융지주에 기업 자금 지원 및 유동성 관리 등을 특별히 당부했다.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은행 대출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그간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해온 만큼 당장 유동성 공급 위기 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 되고 주식시장 하락세가 지속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금융지주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가량 하락한다.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이 금융사의 건전성까지 위협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정치 불안으로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채 금리까지 밀어올려 은행의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은행의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수밖에 없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일단 계열사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금융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은 “계열사 등의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열린 금융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외국인 자본 이탈과 환율 등에 고민이 많다고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모니터링 등 이미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며 대응 중”이라면서 “기업 유동성 공급 등에 대한 정책 마련에 대한 자세한 방안 등 금융당국의 요청 등 리스크 관리와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