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자컴퓨팅, AI 패권 시대 놓쳐선 안 될 미래의 열쇠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8년만에 CES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인공지능(AI) 칩을 거머쥐고 IT업계를 쥐락펴락하며 시가총액 선두권에 진입한 2024년은 그의 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25년 CES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은 AI와 첨단 컴퓨팅 기술의 미래를 조망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CES 2025에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4500여개의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 중 AI 관련 제품의 비중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히 AI 시대이고 관련 기업과 기술이 주목받는다. 이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있다. 양자컴퓨팅이다.
AI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막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성능 GPU와 데이터센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예컨대,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버 한 대의 전력 소비량은 일반 가정집 두 채를 합친 수준을 넘는다. 이러한 인프라적 요구가 AI 상용화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양자컴퓨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와 양자컴퓨팅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AI는 데이터 분석과 패턴 인식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계산량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팅 기술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연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AI 모델의 훈련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AI가 분자 설계나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된다면 양자컴퓨팅은 AI가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조합과 가능성을 극적으로 줄여준다. 이는 AI가 기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양자컴퓨팅은 AI 알고리즘의 최적화와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가능하게 해 기존 컴퓨팅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관계를 인식하고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CES 2025에서도 양자컴퓨팅은 주요 주제로 꼽는다. 구글, IBM, AWS 등 주요 기업들은 관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글은 양자컴퓨터의 '양자우월성'을 입증하며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와 양자컴퓨팅의 융합 가능성을 연구하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AI가 기존의 연산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응용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양자컴퓨팅에서 찾고 있다.
젠슨 황도 양자컴퓨팅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양자컴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이미 세계 최대 양자컴퓨팅 회사라고 밝힌 바 있다. 각종 개발 도구 지원을 통해 양자 컴퓨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AI 시대에서 양자컴퓨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글로벌 빅테크의 빠른 움직임과 비교하면 국내 양자컴퓨팅 연구와 투자는 부족한 편이다. AI와 양자컴퓨팅이 결합된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정 솔루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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