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급증에… 카드사 대출채권 이익 사상 최대 달할 듯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채권 매매이익 5702억 신한카드 1547억 최다, 현대·롯데·우리 順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론 42조5453억… 역대 최대치 경신

2025-01-03     전대현 기자

지난해 카드사가 부실 채권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 사상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카드 값을 내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사들이 부실 채권을 털어낸 결과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3분기 매각한 부실채권 금액이 57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채권 매각을 진행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570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카드사가 연체가 시작된 부실채권을 팔아치워 얻는 수익이다. 대출채권을 많이 매각할수록 연체율이 낮아진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1547억으로 가장 많은 대출채권 매매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현대카드 1372억원 ▲롯데카드 1049억원 ▲우리카드 928억원 ▲하나카드 480억원 ▲KB국민카드 324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2019년 95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20년 1346억원 ▲2021년 2230억원 ▲2022년 2641억원 ▲2023년 5847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전체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2023년을 넘어 설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계정 항목이 적용된 2008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전업 카드사 대출채권 매매이익 추이 / IT조선

이처럼 대출채권 매출이 확대된 배경에는 지난해 카드사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취급을 급격히 늘린 것이 주효했다. 국내 카드사 9곳의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총 42조545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카드론에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카드론은 상환 여력이 부족한 서민·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한다. 카드사 입장에선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연체 위험이 높다. 

실제 카드론이 확대됨에 따라 구제 신청을 하는 중저신용자도 늘었다. 이에 따라 전업카드사 8곳의 지난해 9월 기준 실질 연체율은 평균 1.73%로 2년 전(1.2%)보다 0.52%포인트 올랐다. 

이에 카드사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채권 매각에 나섰다. 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채권을 기존 가격보다 10~2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금융 취약계층의 상환 여력이 지속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신청이 늘어나면서 관련 채권 매각도 같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카드사들이 대출채권 매각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채권을 다수 보유해  연체율이 상승하면 회사 신용등급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이에 카드사들은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실채권 매각이 낫다고 판단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카드론 취급을 확대하면서 부실 채권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고금리 여파가 지속될거란 가정 하에 대출채권 매각을 지속하면서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카드의 경우 대출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 연체율이 오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채권을 회수해 이익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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