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 PF부실에 손보사 떼인 돈 1조… 메리츠가 절반
메리츠화재, 3개월 이상 연체 5431억, 하위 업체 합친 것보다 많아
유동성 부족 사태로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금융권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손해보험사 대출 연체액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PF를 적극 취급했던 일부 손보사들을 향해 불안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 22곳이 가계 및 기업에 내준 대출 잔액(보험계약대출 제외)은 79조6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고정이하금액은 1조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5549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금액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대출금을 말한다. 그간 손보사가 취급하는 대출의 고정이하금액은 연간 1000억~30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3년 4분기 사상 최대치인 1조1816억원을 찍은 뒤 지속 1조원대 연체액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사 대출 연체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자리한다.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치솟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됐다. 대출 규제로 인해 수요는 줄어드는 가운데 고금리로 공사비 등 사업비는 증가했다. 중소 건설사 자금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한 배경이다.
실제 국내 손보사 대출 연체액의 상당 부분은 건설사 및 부동산 임대업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 건설업, 부동산업 및 임대업 업종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4653억원으로 2022년 3분기 1475억원에 비해 215.4% 증가했다.
특히 손보사들은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채권 취급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분기 3702억원이던 중소기업 대출채권은 1년 만에 6531억원으로 76.4% 불었다.
보험사별 고정이하금액을 살펴보면 메리츠화재가 5431억원으로 가장 많은 연체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손보 1217억 ▲흥국화재 1116억원 ▲DB손보 1047억원 ▲현대해상 635억원 순으로 연체액이 컸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사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PF를 취급하고 있다. 전체 고정이하금액 중 부동산PF 대출로 인한 연체액은 5003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가장 높다.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6조5000억원으로 전체 보험업권 PF 위험노출액 39조2000억원의 42%를 차지한다.
메리츠화재는 당장 연체는 생길 수 있지만,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정이하금액 중 부동산 시장 경기 악화와 신사업성평가 도입으로 부동산PF 대출이 1분기 1637억에서 3분기 5003억으로 늘었지만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며 "부동산PF 대출 안전성은 대출 순위와 LTV(담보인정비율) 수준에 좌우되는데, 회사는 선순위 대출 비중 98%, LTV 40%로 대출채권 회수에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높은 금리와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PF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위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려면 결국 금리인하와 대출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수준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색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공사비가 급등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거나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자들이 많아졌다"며 "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중소 건설업자의 자금여건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 한 금융권 연체 문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보험업권 고정이하여신비율 지표를 관리, 충당금을 쌓게하는 등 미래손실에 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별 편차는 있지만, 고정이하금액은 선순위라 하더라도 회수가 금방 이뤄지지 않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미리 충당금에 반영해 손상 처리하는 등 감독행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 우려는 쉬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데다 현재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PF부실 우려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약발이 안먹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사들도 일단 분양이 돼야 돈이 도는데 시장이 얼어붙었다. 부동산 PF를 적극 운용하는 곳일 수록 연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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