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하 나선 은행권… 수익 극대화 전략 다시 짠다

2025-01-14     한재희 기자

은행권이 대출 전략을 다시 짠다. 굳건하던 가산금리 조정에 나선 것.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한다는 의미도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내수 침체 및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이 돈 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제는 은행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고금리에 힘입어 높은 이익을 기록해온 만큼, 수익 확대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뉴스1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포인트(p) 내린다.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0.1%포인트,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포인트 등이다.

전세자금대출(금융채 2년물 한정)은 보증기관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전세대출 가산금리는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전세대출 가산금리 0.3%포인트 내린다.

지난해 7월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죌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 하락에도 불구, 가산금리 조절을 통해 고금리를 유지했다. 예금금리는 하락하는데 대출금리는 높은 상태를 유지하다보니 예대금리차는 벌어졌고 ‘이자 장사’ 비판도 높아졌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한 데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도 주춤해지면서 은행들의 높은 가산금리 명분도 약해졌다. 여기에 정부 등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은행도 가계대출 억제보다는 부양에 힘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증가 추이를 봐가면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대출을 내주기로 한 것이 금리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전반에 대출 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당장 금리 조정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하다면 금리 조정을 하겠단 계획이다.

본격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은행 수익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기엔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데 여기에 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인하되기 시작하면 수익 역시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고 급격한 부동산 시장 활황이 없는 한 대출 규모가 비슷하게 유지될거로 본다. 대출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고 비이자이익 확대와 관련한 중장기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연금‧자산 관리 사업 등에 좀 더 힘을 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고 그 시점에 대한 고민을 업계 전반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새해 들어 정부와 금융당국이 상생금융과 경기 부양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들 역시 대출 정책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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