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계좌 허용한다는데… 美 달군 비트코인ETF 투자, 국내 아직

국내 비트코인 선물 ETF매수액 애플보다 많아

2025-01-14     원재연 기자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발급 허용을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비트코인 등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 사진 = 뉴스1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는 오는 15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은행은 당국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을 위한 계좌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가 허용될 경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이 가능해져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1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되지 못했던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허용 논의 안건이 2차 회의에서 다뤄진다면, 가상자산 ETF 사업의 진행속도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이후 크게 높아진 상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일까지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선물 ETF인 ‘2X BITCOIN STRATEGY(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의 국내 투자자 매수액은 3억6560만달러(약 5363억원)으로, 애플(2억5366만달러)매수 금액보다 많다.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인 ‘Proshares ultra BITCOIN(프로세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의 지난 한달간 매수액 역시 2억4779만달러(약 3635억원)에 달한다.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ETF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서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들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서는,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등의 제도가 완비된 후에 허용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권대형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지난 8일 이와 관련해 “많이 앞서나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이 관련 거래를 시작하기도 했으나,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 현행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거래가 막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인계좌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STO(토큰증권)과 같은 숙제도 남아 있어 절차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물 ETF 거래는 법인 시장이 안착된 이후에나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